힘든 외식업의 시대, 대안책 중에 하나가 잔 술
지난달 28일 언론들은 주류 규제 완화 소식을 하나 전했다. 당일부터 식당에서 잔술 판매가 허용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런 잔술 판매를 갑자기 허용하게 된 것일까. 현재 외식업 폐업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폐업한 곳이 무려 17만6258개라고 발표했다. 폐업률이 21.52%라는 것이다. 이것은 2020년 13.4%, 2021년 14.73%에 비해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팬데믹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불경기 때마다 이러한 주류 규제 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한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금주법 폐지다. 1929년 시작된 미국의 경제 공황은 수많은 노동자를 실업자로 전락시켰고, 주식 투자 시장을 꽁꽁 얼어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 뉴딜 정책이었다. 이 뉴딜 정책 중 하나가 금주법을 폐지하고 맥주 양조장, 와이너리, 유통, 판매 등 다양한 직업군을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소주는 잔술로 팔아봐야 남는 것도 없다
한국은 1998년을 언급할 수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받은 우리는 경기 침체가 계속됐는데, 당시 정부는 음식점 등의 심야 영업을 허용했다. 다만 이번 규제 완화에 대해 시장 반응은 떨떠름하다. 이미 위스키 및 와인 등이 잔술로 판매되고 있으며, 소주나 맥주 등은 관리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는 남이 마시다 남은 술을 파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잔술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활성화돼 있는 시장이 있다. 바로 생맥주 시장이다. 알고 보면 생맥주잔은 잔술로 마신다. 생맥주에 대해 잔술을 허용한 이유는 바로 위생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맥주를 담은 통을 케그(Keg)라고 하는데, 케그에 연결된 얇은 관을 지나 서버를 통해 생맥주가 나오다 보니 판매자 입장에서 이물질을 넣기가 지극히 어렵다. 즉 제조사 측에서 이물질을 거의 못 넣게 조성한 것이다.
따라서 제조사 측에서 이러한 생맥주와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어 판매자에게 저렴하게 팔고, 그것을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판다면 잔술 규제 완화는 모두에게 유익이 된다. 다만 현재의 희석식 소주는 이미 가격이 낮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지역 농산물로 제조하는 증류식 소주는 350㎖ 기준으로 식당에서 2만~3만원 하는 고가인 만큼, 잔술로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면 시장은 확대될 수 있다. 일품진로, 화요, 안동소주 등 유명 브랜드 술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소비자는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술을 조금씩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 경험을 산다는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 그 경험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다면 한국 주류 시장은 폭음과 과음이 아닌 감상하는 주류 문화로 바뀔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