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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Apr 30. 2019

새로워진 전통주의 비즈니스 모델

세분화되는 시장, 다양해지는 비즈 모델

다양해지는 전통주 비즈니스 모델


세상이 세분화되고 있다. 자판기 커피가 대세인 세상에서 수많은 종류의 커피 전문점이 등장하고 있고, 빵집에 있는 카스텔라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웃나라 제품까지 구분하며 찾아서 먹는 세상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최근 10년 간 가장 세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주류업계의 비즈니스 모델. 특히 매장 밖 유통을 허가한 하우스 맥주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래프트 맥주라고 신규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고, 기존의 소주 등에 지친 소비자는 원료의 맛을 가진 증류식 소주를 찾아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변하지 않을 듯 한 전통주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 바로 주류계의 미개척 분야인 블루오션이긴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현재 주목을 받는 전통주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해 본다.


<홍천 예술주조에서 열린 결혼식 모습. 양조장은 술만 빚는 곳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합 문화체험관으로 진화하는 신규 양조장

기존의 양조장은 술을 만들어 판매만 하던 곳이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막걸리를 사러 양조장에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유통을 통해 제조와 판매만 하던 곳이었다. 이러한 양조장이 최근 5년 사이에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견학과 시음은 물론 체험 및 교육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100년의 역사를 가진 양조장의 문화를 재조명, 근대문화역사적인 접근에서 우리 술을 알려주고도 있다. 양조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신규 양조장도 다양한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용인의 술샘 양조장과 홍천의 예술 주조다. 용인 술샘 양조장은 2013년 설립한 곳으로 양조장으로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파스텔톤의 건물 색을 자랑한다. 지하 1층은 양조장, 2층은 카페, 3층은 체험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음은 언제나 무료로 할 수 있다는 것.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마시며 전통주 시음이 가능한 곳이 이곳이다. 홍천 예술은 귀촌한 변호사 정회철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맑고 아름다운 정원과 자연을 가진 곳이다. 막걸리 빚기 및 누룩 체험은 물론 수년 전에는 이곳에서 결혼식도 치러졌다. 역시 2012년 설립된 신규 양조장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 싸고 많이 마시는 막걸리가 아닌, 무감미료에 지역 쌀을 사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주류와 비교하면 가격이 높아 보이지만, 제품의 가진 지역적 특성과 노력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구매로도 이어진다. 결국 소통을 통해 전통주의 가치를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가 확산되면서, 이렇게 지역 특산주 등으로 선정된 제품은 전국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제품만 좋으면 얼마든지 팔 수 있는 것이고, 가격이 높더라도 소통을 통해 그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용인 술샘 1층에 있는 카페와 전통주 시음 체험장의 모습전통을 벗어던진 트렌디한 모습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전통주 양조장프랑스 네고시앙처럼 유통도 가능

프랑스 부르고뉴 중심으로 한 네고시앙이라는 와인상이 있다. 다른 말로 와인상(Shipper's Wine)이라고도 하는데, 포도밭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숙성되지 않은 와인을 와이너리로부터 구입, 숙성 및 관리 등을 통해 향후 자신의 라벨로 표기하여 출고하는 와인이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자신이 만들지 않은 와인을 팔 수 있는 유통과 제조를 아우르는 제조자고 할 수 있다. 


한국에도 전통주 제조자 측에서 이처럼 다양한 취급할 수 있는 법이 하나 생겼다. 올해 4월 1일부터 제조자의 홈페이지에서 타사 전통주도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전까지는 이로써 자신의 제품뿐만이 아닌 경쟁력 있는 타사 제품도 온라인에서는 함께 판매가 가능하다. 프랑스의 네고시앙과 완벽히 비슷한 것은 아니지만, 양조장들끼리 협업할 수 있는 사례가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판매할 수 있는 제품군이 넓어진 것이 가장 큰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좋은 모델이다.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판매 중인 전남 장성의 청산녹수의 김진만 대표는 통신판매를 통해 타사 전통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타 양조장과의 협업체제의 초석이 되는 것이라며, 이것을 잘 살려간다면, 다양한 전통주의 문화를 소비자에게 더욱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청산녹수 양조장에서 운영 중인 전통주 쇼핑몰 술팜>    


주막을 복원한 주점하우스 막걸리

한국의 주점 문화는 크게 파전과 막걸리 등의 전통 주점, 대폿집, 소주방, 그리고 고깃집 등이 대표적이었다. 여기에 다양한 전통주와 일품요리를 제공하는 한식주점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하나 더 진화된 것이 바로 하우스 막걸리이다. 2016년 2월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주류제조면허 대상이 맥주에서 탁주·약주·청주로 확대, 일반 음식점에서도 하우스 막걸리나 전통주를 제조,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막에서 술을 빚고 판매하던 옛 문화가 현대적으로 복원된 것이다. 물론 그전부터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우스 막걸리 제도(소규모 주류제조면허)가 없었던 시절부터 이미 양조장과 식당을 같이 해온 수원의 솔마당, 목포 인동주 마을, 그리고 배상면주가의 느린 마을 등이 있었다. 여기에 총 시설(담금, 제성, 저장용기)을 5KL이상에서 1KL이상으로 규제를 완화, 작은 장소에서도 술을 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신림역의 솟대, 명동 월향 등이 대표적이며, 배상면주가의 느린 마을 양조장은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 결국 음식에 가장 잘 맞는 술을 직접 빚는다는 의미로, 다양화, 다변화, 그리고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전통주 배송 서비스 술담화의 내용물. 다양한 전통주 및 한국 와인, 그리고 술에 대한 스토리다 담긴 카드를 제공한다>


전통주 배송 서비스의 탄생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달 특별한 전통주를 보내주는 배송 서비스도 생겼다. 가양주 연구소에서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을 습득한 이재욱 씨가 대표인 술담화라는 곳으로, 계절에 맞고, 기념일에 맞는 전통주를 선별, 다양한 스토리를 넣어 함께 배송해 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소비층이 장년층이 아니라는 것. 대부분 2030 세대로 뉴미디어를 통한 소비를 즐겨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재욱 씨도 다양한 콘텐츠를 기존의 주점 및 오프라인 매장의 전통채널이 아닌 유튜브 및 인스타를 통해 제작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단순한 1회성 홍보가 아닌 재미가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 전통주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주를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고 있는데, 구독자 16만 명의 ‘Leeby리비’부터 테이스티 코리아의 '술례자의 길', 남희철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인천왕 마스터' 등에서도 전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또 주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재민 씨는 지속적으로 전통주 관련 콘텐츠를 지역과 맞는 음식, 맛 평가 등 구체적인 콘텐츠를 넣어 카드 뉴스로 제작하고 있다. 이렇게 2030을 통한 콘텐츠가 다양해진 이유는 최근 전통주 산업이  전통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에 뿌리를 두는 것에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 및 교육 활동도 활발

전통주 교육기관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농식품부 우리술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은 한국식품연구원 우리술 전문가 양성과정,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양조 전문가 양성과정, 서촌의 한국전통주연구소, 남산의 막걸리학교, 방배동의 가양주 연구소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술을 빚는 것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스토리와 양조장 투어, 하우스 막걸리 제조, 그리고 전문가로서 지향해야 하는 전문지식도 교육하고 있다. 최근 10년 내 전통주 관련 창업 인력 중 상당 부분은 이러한 교육기관을 통해 배출되었으며, 이곳을 졸업하고 경험치를 쌓은 후 아예 다른 시각에서의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2030의 전문가 영역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2014년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 준우승자인 신혜영 씨는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과 제휴,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생 칵테일 연합동아리 코콕(COCOC)은 공유 오피스 패스트 파이브와 제휴, 전통주 칵테일 강연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전통주 캘러리에서 진행된 코콕 전통주 칵테일 대회 모습

전통주 사업의 핵심 키워드결국 소통

전통주 사업이 진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그렇게 녹록한 영역은 아니다. 빚을 수 있는 술의 종류도 워낙 많고, 술 빚기 자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국의 전통주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양조장도 방문해봐야 하며, 다양한 지역의 음식과 문화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며, 무엇보다 전통주가 태어나는 이러한 지역의 역사 및 농산물의 가치, 우리 문화를 좋아해야 가능한 사업분야이기도 하다. 그리고 술을 빚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관리하는 섬세함, 술이 익는 동안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한 항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분화되는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은 단순히 알리고 팔리는 것이 아니다. 양조장의 체험 모델은 물론, 주막 문화를 복원한 하우스 막걸리, 다양한 지역 술 문화를 알리는 전통주 배송 서비스, 다양한 교육활동은 기존에 없던 문화적 소통이 들어간 사업이다. 결국 단순히 만들고 판매하는 사업은 이제는 사양길에 있다는 의미. 자유로운 발상과 지역의 문화를 가진 전통주가 앞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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