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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May 25. 2019

앞으로 술값은 오를 것인가?  

주세법 전환에 따른 술값의 변동

종량세 개정에 따른 술 시장,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다양해지는 주종

골라마시기 좋은 시대


주류 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이유는 주세법이 개정될 듯해서 그렇다. 현행 한국의 주세법은 가격(과세표준)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그런데 이것을 술의 양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개정안이 나오는 배경에는 수입맥주의 대두로 인한 국산 맥주의 소비량 감소, 다양해진 소비자의 니즈 확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 고부가가치 전통주 제조산업 활성화를 둘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종가세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을까?

수입맥주는 6병에 1만원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어려워질 것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저해한 두 가지 법령

한국의 술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는 다양성이 적고 저렴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이미지가 붙어버렸을까? 먼저 쌀, 보리 등의 자급자족을 이루지 못한 것에 있었다. 국가기록원의 정보에 따르면 1960년대 만해도 보릿고개가 연례적으로 반복되어 식량 확보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었다. 결국, 정부는 미국의 잉여농산물(밀가루) 등을 본격적으로 수입하고, 대체식량 확보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 1962년 벼농사의 흉작, 곡물가 상승, 여기에 63년도는 보리농사마저 흉작으로 나오게 된다. 더군다나 미국에서도 이때가 대흉작으로 대체식량도 들어오지 못했다. 곡물의 가격 폭등이 이어졌고, 불만은 쌓아갔다. 1965년을 기점으로 나온 것이 술에 대한 양곡관리법. 쌀, 보리 등으로 탁주 및 소주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에 따라 막걸리는 쌀 막걸리가 아닌 본격적인 수입 밀가루 막걸리로, 그리고 소주는 타피오카, 또는 외국에서 주정을 수입해서 물을 넣고 만드는 희석식 소주 시장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제조하는 술의 가격은 획일화되었고, 좋은 국산원료를 쓰게 될 일도 없었다. 따라서, 술의 양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아닌,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로 진행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주류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주세도 오르기에 탄력적인 세수확보 역시 중요한 이유였다.


양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법적으로도 국산 농산물을 사용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제품 가격에 세금이 붙는 정책은 원가절감에 가장 큰 부담이었다. 따라서 한국의 주류산업은 최고의 가성비만을 추구한 제품을 만들었다. 이것은 단순히 원료뿐만이 아닌 포장지, 라벨 등 디자인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제품이 획일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물론 양적으로는 성장을 했다. 세계 증류주 시장에서 양적인 수출 1위(소주) 국가는 한국이며, 맥주도 2018년 수출 금액이 1억 5천만 달러가 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각각의 제품에 지역성이 부족하고, 우리 농산물이 아니다 보니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인식을 받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일본에 수출했던 한국 맥주의 경우, 대부분이 일본 맥주 기준에도 못 미치는 맥아 함량(맥아 10% 이하)으로 오직 가성비에만 맞춰 마트 PB상품으로 팔린 것이 현실이었다. 프랑스 와인, 스코틀랜드의 위스키처럼 동경하는 제품으로 있는 것이 아닌, 그저 마시고 취한다는 것에 의미를 많이 뒀다.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한류와는 전혀 딴판인 것이 한국의 술 시장이었다. 


소주 가격이 오를 것인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소주값은 오를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가격은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동소주 등의 전통 소주는 낮아질 수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세분화되어가면서 술에 대한 니즈도 다양해졌다. 짜릿한 탄산으로 시원하게 마시명 충분하게 느끼던 맥주가 이제는 다양한 과실 향과 풍미를 느끼는 시대가 되었고, 편의점에서는 1만 원 만 주면 4종류 이상의 다양한 수입맥주를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소주 역시 기존의 희석식 소주가 아닌 원료의 풍미가 있는 증류식 소주 시장이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지역의 전통주 역시 기존에 없던 생활 속의 전통주를 지향하며 트렌디한 디자인과 전통이라는 권위를 축소, 젊은 층에게 다가서고 있다. 여기에 SNS 등 사회관계망이 너무 발달되는 것에 따른 타인과의 관계에 지친 소비층은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이러한 문화에 소확행, 가심비, 워라벨, 뉴트로, 펀슈머 등이 또 다른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기존의 제도로는 지금의 새로운 바람을 맞이하는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막걸리는 원래 주세가 5%에 불과하다. 또 알코올 도수도 낮다. 따라서 주세법 개정에 따른 가격 변동은 지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고가 제품은 가격이 내려갈 듯

결국 종량세를 실현하면 가격이 아닌 양에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제품은 가격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일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시장에 다양성이 있다는 것이다. 1병당 1천만 원 하는 와인이 저렴해진다는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농산물과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제품, 그리고 오랜 숙성과 기술이 집약이 되는 제품이 보다 쉽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지역의 좋은 농산물로 만드는 우리 전통주도 원가에 대한 부담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렇게 다양해진 맛과 문화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는 더욱 커진다. 무엇보다 이 시장이 커지게 되면, 한국의 주류산업은 더 이상은 저렴한 것만 만들지 않는다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전체적인 주류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성이 확보된다. 


업계의 의견 반영도 중요

문제는 업계들마다 조금씩 온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막걸리는 기존의 주세(5%)가 적었던 만큼, 역차별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으며, 일반 소주의 경우,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인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종량세 개정의 촉발제였던 수입맥주 역시 어디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할 것인지 궁금한 사항이다. 전통주 역시 기존의 수입주류 등의 가격 인하에 따른 고급 주류시장의 강화로 시장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서고 있다. 

한국 와인 생산자협회 정제민 회장은 현재 한국의 농산물로 만드는 한국 와인 시장이 싹도 못 티우는 시장에서 외국의 중고가 와인의 가격 인하에 따른 경쟁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며, 자국의 와인산업 및 농업보호 측면에서 파생될 영향에 대한 대안 및 추가로 타격받을 산업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였다.

 

종량세 개정은 시대의 흐름

우리는 지금 커피 하나, 햄버거 하나 먹을 때도 아낌없이 몇 시간을 기다리며 먹는 세상에 있다. 단순히 육류를 즐기는 것이 아닌 동물복지를 고려한 제품은 물론, 산업화를 통해 잃어버렸던 옛 토종돼지, 토종닭 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식사를 즐기기보다는 의미를 부여한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것. 먹을 것이 부족해서 많이 먹고 마시는 것으로 만족을 느끼는 시대는 이제는 저물어 가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본다면,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는 종량세로의 개정은 시대의 흐름이다. 꼭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를 통해 기존에 이 시장을 일궈온 온 업계의 의견 반영도 절실할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양적인 성장을 이끌어 온 소주, 맥주뿐만이 아닌, 소비량은 작아도 다양성과 사회적 가치를 이끌어 온 전통주 및 지역 특산주 등의 의견 청취는 더욱 중요하다. 이렇게 모두의 의견이 반영돼야 소비자들에게도 납득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소비자나 업계나 모두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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