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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ltory teller Aug 24. 2020

그 시절 그때 그 소주(2)

참이슬 vs 처음처럼

처음 시장에 초록색 소주를 내세우며 성장한 그린소주.

그리고 그 명성을 이어받 처음처럼은

지금까지 업계 2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처음처럼은 언제쯤 참이슬을 앞설 수 있을까요?

마치 코카콜라와 펩시 같은 참이슬과 처음처럼.

오늘은 그 두 라이벌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 사실 그 이름부터 얽혀있습니다.

참이슬 출시 이후 등장한 처음처럼은 어느 제품이나 그렇듯 출시 이전 제품명에 큰 고민을 시작합니다.


제품에서 첫인상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제품명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고민 끝에 신영복 교수님의 '처음처럼'이라는 작품에서 품명을 따왔고 그 배경에는 브랜딩 업체, 크로스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과연 참이슬은 어땠을까요?

물론 진로에서 참이슬로 바뀌는 과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영향을 끼친 사람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바로 손혜원 전 국회의원입니다.

참이슬이 나올 당시 손혜원 전 의원은 한 브랜딩 업체의 대표로서 참이슬 제품명 선정에 참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업체의 이름이 바로 크로스포인트입니다.

처음처럼이 나오던 당시의 대표 역시 손혜원 전 의원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장 많이 팔리는 술,  참이슬과 처음처럼.

그 이름이 모두 한 곳에서 나왔다니

어쩌면 둘의 라이벌 관계는 시작부터 예견되어있던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획기적인 병의 색도, 매력적인 이름도

처음처럼이 참이슬을 뛰어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참이슬을 뛰어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둘은 라이벌 관계 이전에 음료 브랜드입니다.

눈이 가는 디자인도, 매력적인 이름도 중요하지만 사실 음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맛입니다.


처음처럼은 참이슬을 뛰어넘기 위해

맛에서 차별을 두기로 했습니다.


소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요?

소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쌀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희석식 소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금은 기타 곡물들이라고 대답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소주의 알코올은 곡물을 발효시킨 주정으로부터 나옵니다.

하지만 이 주정은 소주회사에서 만들 수 없습니다.

주정은 정부에서 지정한 9개의 주정 제조회사에서 만드는데 이 주정들은 '대한주정판매'로 납품되어 정부가 정해준 가격에 따라 소주회사로 판매됩니다.

정부는 주정의 가격뿐만 아니라 매년 특정 곡물로 주정을 만들도록 통제합니다.


그 결과 두산주류를 인수함으로써 주정과 소주를 모두 생산하는 롯데칠성주식회사 또한 사실상 소주의 원료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음료회사지만 자신만의 정해진 레시피가 없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정부가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희석식 소주는 곡물로부터 90% 이상의 알코올을 추출해 물에 섞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10% 이하로 포함된 원료의 특징으로 인해 쌀로 만들던 타피오카로 만들던 그 맛의 차이는 일반인이 느끼기에 큰 차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에 반해 정부는 연간 30억 병에 들어가는 곡물을 유동성 있게 조절함으로써 매년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곡물의 가격에 안정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결론은

곡물로는 처음처럼 참이슬을 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곡물이 아니라 물이었습니다.


90%의 알코올을 17%로 만들기 위해

소주의 80% 이상은 물로 채워집니다.

게다가 모든 회사가 같은 알코올을 사용하니 소주회사가 물에 신경 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린은 대관령의 청정수를 강조했고

참이슬은 대나무 숯에 여과한 물을 지금까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처음처 등장하던 2006년.

대한민국의 관심사는 누가 뭐래도 웰빙이었습니다.

웰빙으로 표현되는 각종 제품들 사이에 매일 마셔야 하는 물이 빠질 수 없습니다.


현대인들의 몸이 산성화 되고 있다는 연구들과 함께 유행처럼 알칼리수가 퍼지던 시기.

처음처럼이 들고 나온 무기는 바로 알칼리 환원수였니다.

물을 분해해 만든 알칼리 환원수는 일반 물에 비해 이온 함량 높고 활성산소들을 제거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독한 술을 마시면서 건강에 좋은 물 이라니...

사실 조금 모순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처음처럼은 건강에 좋은 알칼리 환원수를 맛과 연관짓기위해 '흔들어라' 캠페인 진행합니다.


처음처럼은 흔들면 흔들수록 입자가 작은 알칼리 환원수와 알코올이 고루 섞여 주의 맛이  부드러워진다는 점을 이용해 음처럼이 더 맛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린다G로 활동하고 있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 이효리를 앞세운 흔들어라 캠페인의 결과,

우리는 현재지 소주를 흔들어 마시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소주를 흔드는 것을 보면

흔들어라 캠페인은 매우 성공적이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캠페인에도 부작용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참이슬을 흔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인가 더 획기적인 전략이 없을까요?

있었습니다. 소주시장의 필승전략.

좋은 물을 더 많이 섞 낮은 도수로 만들자!


30%(65년)에서 시작해 25%로 낮춘 진로(73년).

그런 진로를 위협하던 25%의 그린(94년).

그린의 아성을 꺾기 위해 나타난 23% 참이슬(98년).

그렇게 탄생한 처음처럼은 20%였습니다.(06년)


21% 소주만 가득했던 당시 소주업계에 20% 소주의 파급력은 엄청났습니다.

 처음처럼은 판매 17일 만에 1000만 병, 6개월도 안돼서 1억 병을 파는 기염을 토해냈니다.


이러한 처음처럼의 돌풍에 참이슬은 20% 이하의 소주는 출시될 수 없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처음처럼이 등장한 2006년, 19.8%의 참이슬을 출시합니다.


  처음처럼 : 그러면 내가 덜 부드럽잖아.. 19.5%! (07년) 참이슬 : 나도 더 내린다? 19% (12년)

처음처럼 : 이러다 물 되겠어.. 18% (14년)

참이슬 : 응. 17.8% (14년)

처음처럼 : 올해만 두 번째야.. 17.5% (14년)

참이슬 : 그래? 17.2% (18년)

처음처럼 : 나는 부드러운 게 특징이니까... 17%(18년) 참이슬 : 그럼 나도 17%다! (19년)

진로이즈백 : 나는 그럼 16.9% (19년)

처음처럼 : 2:1은 반칙 아니냐..?나도 16.9%..(19년)

 

두 업계의 저도수 경쟁에 1924년 진천양조상회에서 만들던 35% 소주는 100여 년 만에 16.9% 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러다 정말 소주가 물처럼 넘어가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요?



더 이상의 경쟁은 도수를 더 낮추는 방법밖에 없는 걸까요?

사실 16% 이하의 소주는 그 특유의 맛을 잃어버리기에 앞으로 소주의 도수가 지금 이하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처음처럼이 참이슬을 꺾으려는 노력은

여기서 절대 그치지 않을 겁니다.

소주가 16.9% 까지 내려온 지금 더 이상 경쟁할 수 없어 보이지만 소주가 그만큼 약해졌기에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바로 TV광고입니다.


시원한 탄산 소리와 특유의 감탄사.

맥주는 이쁘게 만들어진 엔젤링과 청량함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소주 광고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머릿속을 떠돌기만 할 뿐 떠오르지 않습니다.

가까스로 배우 김희선이 선전하던 '참나무통 참이슬'이 떠올랐지만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그동안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력이 떨어진 것일까요?

다행히도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소주 광고가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96년부터 17도 이상의 술은 TV광고가 법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업체들의 저도수 소주 경쟁에 어느덧 소주의 도수는 16.9%까지 내려왔습니다.

심지어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소주병에 붙어있는 연예인 사진을 제거하는 법이 추진 중이라고 하니 TV광고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예정입니다.


 두 업체의 광고 경쟁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엔 수지의 처음처럼이,

올해는 아이유의 참이슬이 등장했습니다.

아직 결과를 판단하긴 이르지만 두 라이벌의 경쟁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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