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레시피

by 숨치

이사 온 후 처음으로 산책했다.


집 근처에는 개천이 있다.

그 개천을 따라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다.


조깅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그냥 쉬는 사람들도 있다.


걷다 보니 사람들이 보인다.

걷는 방식이 모두 제각각이다.


상체는 가만히 있고,

다리만 움직이는 로봇형.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는 출근형.


팔은 열심히 흔드는데,

다리는 천천히 움직이는 언밸런스형.


저마다 걷는 스타일이 다르다.


오늘 산책을 한 이유는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다.

몸에서 연락이 왔다.


“이제, 그만 앉아있고 좀 움직여.

세포 자리 비좁으니 좀 흔들어.”


할 수 없이 집을 나선다.


나의 걷는 스타일은 단순하다.

그냥 한 발을 내디딘다.

그게 전부다.


한 발을 내디디면,

몸의 불균형 때문에 다음 발이 앞으로 나간다.


어깨는 축 늘어뜨린다.

그러면 몸의 움직임 때문에 팔이 저절로 흔들린다.

나머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니들이 원해서 나왔으니, 이젠 알아서 해라.”


이게 내가 산책할 때 걷는 스타일이다.


오랜만에 한 발을 내디뎠다.

나머지는 자동이다.


왼발, 오른발 알아서 나간다.

어깨는 늘어져서 저절로 흔들리고,

몸속도 흔들린다.


조금 걷다 보니

띵띵했던 몸속이 조금 야들야들해진다.

전보다 잠잠하다.


몸이 흔들리다 보니,

생각도 흔들린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이내 차곡차곡 쌓인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세포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아우~. 이제 좀 살겠네. 좁아죽겠더니.

내일 또 나올 거지?”


못 들은 척..


가다 보니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았다.

끄적이고 있는데,

몸에서 또 연락이 온다.


“이 자식이 그새 또 앉아서 글 쓰고 있네. 빨리 움직여~.”


할 수 없이 일어났다.

이번엔 엉덩이까지 들어야 하니 좀 힘드네.


왼발을 또 슬쩍 뻗어본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한참 가다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았다.


‘근데, 여기가 어디지?’



산책.


너무 씩씩하게 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한 발만 슬쩍 내밀어 보자.


그 후에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하게 맡겨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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