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빽이 생겼다.

by 숨치

드디어 나에게도 예수님의 향기가 내려왔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세종에 오셨다고 한다.


막상 오시고 보니

사모님도 함께였다.

오랜만이라 더욱 반가운 만남.


한 두 달에 한 번씩,

직접 로스팅하신 커피를 보내 주셔서

언젠가 꼭 배우러 가야지 생각했었는데...


다음에 꼭 전수받으러 가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신다.

아무 때나 오라고.




올해 2월 초,

서울에 갔다.


벼르고 벼르다 시간이 맞아

커피 전반에 대해 공부하러 간 것이다.

원두부터 바리스타, 로스팅까지.


먼저 드립을 해보라고 하시더니

혼자서 대충 하던 내 드립스타일을 보시고

기본원리부터 실습까지 세세히 지도해 주셨다.


나도 이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수업 마지막 날

도반님 커피가게에 있는데

두 분이 들어오셨다.

교회 분들이 신방을 오신 것이다.


기도가 끝나고

사모님이 조심스레 묻는다.


“저, 이거 디퓨저인데 하나 쓰실래요”


두 개를 받았는데,

나에게 주고 싶어 하신다.


내가 종교가 없는 걸 아시니,

혹시 내가 싫어하지는 않을까 물어보신 것이다.


나는 말씀드렸다.


“빽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내 도장 한편에

세기 힘들 만큼 많은 십자가가 새겨진

석고 디퓨저가 자리하게 되었다.


그 이름만으로 엄숙해지는

“거룩한 기쁨 향 - 엔 크리스토석고 디퓨저 오일”


요즘은 앞 건물 교회가 괜히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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