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은 이는,
건너온 다리를 말하지 않는다

프롤로그

by 숨치

선각자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글을 읽다 보면
단순하지만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말은 쉽다.
그러나 몸은 따라가지 않는다.


내려놓는다는 말은 단순하다.

막상 내려놓으려 하면

더 단단히 붙잡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왜일까.


선각자의 언어와
우리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착한 풍경을 말하고
우리는 아직 길 위에 서 있다.


선생님께서는
호흡을
‘가늘고 길고 깊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초보자에게 이것은 쉽지 않다.
가늘게 하려니 숨이 막히고
길게 하려니 급해지고
깊게 하려니 몸에 힘이 들어간다.


훗날 알게 되었다.


그 호흡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련이 쌓였을 때
절로 나타나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이는
건너온 다리를 말하지 않는다.
이미 도착한 자리에서

풍경을 말할 뿐이다.


건너편의 풍경은
한 번 보는 것으로 족하다.


남는 것은
눈앞의 한 걸음.


그래서 나는
도반들과
함께 건너는 법을 찾기 시작했다.


다리의 발판을 하나씩 놓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