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도 괜찮아
오랫동안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어요.
표현하기보다는
눈치 보고, 중간에서 조율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남는 게 더 익숙했죠.
무뎌졌다는 걸 느끼고 나서야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그냥 흘려보내며 살았는지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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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이 찾아왔을 때,
그게 두려웠어요.
‘왜 아무 감정도 안 들지?’
‘왜 이렇게 비어 있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내 감정을 너무 오래 눌러온 결과였어요.
슬퍼도 슬프다고 말하지 못했고
지쳐도 멈추지 못했던 시간들.
괜찮은 척,
문제없는 척,
그렇게 살아야 안전하다고 믿었던 거죠.
사실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외면해 온 결과가 아닐까?
슬퍼도 괜찮다고,
지쳐도 괜찮다고,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내가 나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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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하루의 끝에서
이 문장이 조용히 마음에 들어왔어요.
“숨기지 말고 너를 보여줄래, 편히
네 모습 그대로… 그래, 괜찮아.”
그 말을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해줬어요.
‘나 지금 지쳤어.’
‘사실은 힘들어.’
‘이대로도 괜찮을까?’
하고 조용히 물어보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
이제는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요.
억지로 밝게 굴지 않아도,
감정을 해석하거나 눌러두지 않아도,
그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것.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다시 무뎌져도 괜찮고,
기대하고 아파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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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늘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남게 하려고 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것.
그건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깊고, 가장 느린 위로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
“지금 어떤 감정 앞에 서 있나요?
그 감정을 꾸미지 않고, 미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