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라는 이름의 필연

결국 다시 만날 것들

by soom lumi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다.

스쳐 지나간 장면,

잠깐 머물렀던 마음,

너무 짧아서 기억조차 흐릿해지는 사람들.


삶은 그런 우연들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우연처럼 흘러가고,

스치고, 사라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진짜 중요한 것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나를 찾아온다는 걸.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어느 날 불현듯 다시 마음을 적신다.

어쩌면 다 지난 일이라 생각했는데,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그때 그 마음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덮어두었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지는 법은 없다.

다만,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이다.


사람도, 마음도, 길도 그렇다.

서로를 놓쳤다가도

정말 다시 만나야 할 인연이라면,

이상하리만치 꼭 다시 마주치게 된다.

조금 다른 모습으로,

조금 다른 계절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마치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그때 알게 되었다.

진짜 중요한 것들은,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온다는 걸.


놓쳤다고, 지나갔다고, 끝났다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

내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


그래서 이제는,

무엇이 스쳐가도 쉽게 놓지 않는다.

우연처럼 보이는 그 순간 안에

어쩌면 삶이 준비한 필연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그리고 그 모든 흐름의 끝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할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삶은 그렇게

잃은 줄 알았던 것들을

되찾게 만드는 방식으로

나를 살아가게 한다.


삶이 내게 던지는 질문에

내가 의미를 붙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든 우연은 필연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다시 만날 사람은, 다시 만나고

결국 다시 마주할 감정은, 다시 떠오른다.

결국 다시 걷게 될 길은,

지금 이 자리에서 또 시작된다.


그리고 결국 만나야 할 가장 중요한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삶은 그렇게

잃은 줄 알았던 것들을

되찾게 만드는 방식으로

필연을 완성해 간다.




나의 삶의 의미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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