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용기

채우지 않아서 더 빛나는 자리

by soom lumi

어떤 관계는

채워야만 유지된다고 믿었다.

말을 건네고, 마음을 주고,

확인을 받고,

손을 꼭 잡아야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애썼다.

붙잡고, 설명하고, 다그치고, 기다리고…


그렇게 가득 채워진 마음 안엔

우리가 있을 공간이 없었다.

서로를 위한다는 말로

서로를 점점 더 가두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사랑에도,

관계에도,

삶에도

여백이 필요하다는 걸.


붙잡지 않는 용기,

침묵을 견디는 용기,

흘러가게 두는 용기.


그 여백이 있었기에

서로를 더 또렷하게 볼 수 있었고,

나를 나답게 살 수 있었다.


여백은 비워내는 게 아니라,

빛이 머무를 자리를 남겨두는 일이다.


모든 것을 꽉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말하지 않은 사랑이 가장 깊고,

붙잡지 않은 관계가 가장 오래간다.



“지금, 어떤 여백을 나에게 허락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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