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는 나
감정을 오래 눌러두면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말하지 못한 마음은
다른 모양으로 돌아왔다.
무기력, 이유 없는 눈물,
가끔은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함.
그건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조용히 멈춘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말하지 못했던 시간보다
듣지 못했던 내가 더 길었다.
“지금 어떤 기분이야?”
그 질문조차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무너진 마음을 꺼내려다
문득 알게 되었다.
말보다 먼저,
그 말을 들어줄 ‘내가 필요했다는 걸‘.
말하려다 멈춘 그 순간
처음으로 감정이 조용히 풀렸다.
감정은 흐르고 싶어 했다.
다만,
들어주는 내가 없었을 뿐이었다.
감정을 듣는 첫 번째 사람은
언제나 나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