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 #4 - 머무름

다시 피어나는

by soom lumi

사랑은 말보다 더 많은 이름을 가졌다.

그 이름들은 감정의 결을 따라 조용히,

그러나 깊이 흘러온다.


그중 네 번째 이름,

'머무름'


사랑은 때로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머물러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어두운 시간 속,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순간에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


위로의 말보다 더 큰 위로는

조용한 존재감이다.

억지로 다잡으라고 말하지 않고,

감정을 끌어내거나 해석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주는 것.


그런 머무름은

누군가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꺼내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숨겨진 불안,

억눌러왔던 마음,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따뜻함까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바꾸려 들지 않았기에,

머무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회복이 시작된다.


머무는 사랑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말보다 믿음이 먼저 닿고,

애쓰지 않아도 편안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존재는 스며든다.

서로에게 기적처럼 느껴질 만큼.


그 마음이 소중해지고,

그 온기를 닮고 싶어진다.

그 마음에 기대고 싶어지고,

그 마음을 품고 싶어진다.


불안이 찾아올 때면

그 손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말없이도

끝까지 함께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그렇게 머무른다.

변화시키지 않고,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방식으로.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랑이 있다.


누군가의 머무름은,

마음 깊은 어둠 속에서도

꽃이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랑은 감정에서 태어나, 존재를 감싸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환이다.

머무름은 그 순환의 한 장면.

사랑이라는 이름이 들려준 네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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