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너였고, 동시에 나였다.
사랑은 말보다 더 많은 이름을 가졌다.
그 이름들은 감정의 결을 따라
조용히, 그러나 깊이 흘러온다.
그중 아홉 번째 이름,
'나‘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너’를 먼저 떠올린다.
너라는 사람이 내 안에 들어왔을 때 세상이 바뀌었고,
그 만남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으니까.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타인과 연결된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나’이기도 하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처럼,
사랑은 해가 뜨기 전 짧은 순간 속에 존재하기도 한다.
아침이 오면 각자의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영원으로 남는다.
끝날 걸 알면서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감정,
짧지만 오래 기억되는 그 순간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질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사랑이 영원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상대 때문만이 아니다.
그 순간을 살아낸
나 자신이 온전히 깨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 속에서 두려움 없이 몰입했고,
끝나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배웠으며,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았다.
사랑은 결국 누군가를 만나는 동시에,
나를 만나는 일이었다.
사랑은 타인을 향한 감정이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으로 깨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사랑할 때의 나는 가장 선명했고,
가장 용기 있게 지금을 살아낼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랑의 이름은 ‘너’만이 아니라,
언제나 ‘나’이기도 하다.
너와의 시간 속에서 깨어난 나,
순간이 곧 영원임을 알아차린 나,
그 존재가 바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랑은 누군가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알아가는 일.
그 깨달음이 삶의 영원을 만든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영원을 보았다.
사랑은 너였고, 동시에 나였다.
사랑은 감정에서 태어나, 존재를 감싸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환이다.
나는 그 순환의 한 장면.
사랑이라는 이름이 들려준 아홉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