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 #8 - 놓아줌

끝이자 시작

by soom lumi

사랑은 말보다 더 많은 이름을 가졌다.

그 이름들은 감정의 결을 따라 조용히,

그러나 깊이 흘러온다.


그중 여덟 번째 이름,

'놓아줌'


사랑을 하다 보면 깨닫는다.

마음이라는 건,

서로의 손을 꼭 붙잡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쩌면 감정조차도 결국 하나 되어 흐르길 원할 뿐,

그 끝이 함께이든, 다른 길 위이든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이 된다는 것을.


사랑도 결국 ‘관점’에서 완성된다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우리는 종종 너무 오래, 너무 가까이,

같은 자리에 붙들어 두려 한다.

놓아버리면 사라질까 두려워서,

비워내면 공허해질까 겁이 나서.


그런데

때로는 떠나보내는 것이

더 큰 사랑이 될 때가 있다.

그 놓아줌이, 사랑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랑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거리를 두는 그만큼,

서로가 자기 자리에서 더 깊어질 수 있게 된다.


놓아준다는 건 포기가 아니다.

사랑을 부정하거나, 마음을 지운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이 관계가 숨 쉴 여유’를 허락하는 일이다.

마치 나무를 가꾸는 사람이,

가지를 함부로 묶어두지 않고

햇볕과 바람이 닿을 만큼의 간격을 두는 것처럼.


마지막이라면,

그건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로가 더 단단해질 시간을 갖고,

그 시간이 다하면 다시 마주할 수도 있겠지.

혹은 그리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남아

평생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빛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붙들기보다 놓아야 한다면

그건 사랑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다른 자리에서 키우는 것일 수 있다.


사랑은 감정에서 태어나, 존재를 감싸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순환이다.

놓아줌은 그 순환의 한 장면.

사랑이라는 이름이 들려준 여덟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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