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머무는 그의 현재

by soom lumi

그는 늘 앞으로를 보고 있었다.

지금보다 다음을,

오늘보다 이후를.


그래서 현재는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지나가는 구간처럼 여겨졌다.


지금의 감정은

아직 결정하기엔 이르고,

지금의 관계는

조금 더 지켜본 뒤에 판단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현재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을 말하기보다

나중을 약속하는 쪽을 택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정리가 되면.”

“상황이 나아지면.”


그 말들은

회피가 아니라

버티는 방식에 가까웠다.


미래를 향해 사는 사람은

현재를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현재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한 발 뒤에 서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마음을 마주하는 순간,

그는

자신이 부족해질까 봐

자신을 잃을까 봐

조금 더 준비된 상태로 남고 싶어 했다.


그래서 감정은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맡겨졌다.


믿음도,

사랑도,

확신도.


지금 꺼내면

부서질 것 같아서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속에

조심스럽게 보관해 두었다.


그에게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고 있었다.

지금은 지나가고,

언젠가는 도착할 거라는 믿음.


그래서 그는

현재를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의 불편함보다는

나중의 안정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둔 미래는

종종 현재를 비워냈다.


지금의 질문에는

대답이 미뤄졌고,

지금의 마음에는

확답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떠난 게 아니었지만,

머물러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관계는

언제나

조금 앞서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속에서

이미 괜찮아질 자신을 믿으며,

지금의 불확실함을

견디는 대신 넘겨버렸다.


그는 몰랐다.


현재를 통과하지 않은 믿음은

도착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걸.


미래를 향해 사는 사람에게

현재는 종종

불필요한 정거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반드시 지나야 하는 자리다.


그 자리를 건너뛰면

미래는

약속이 아니라

지연이 된다.


그의 현재는

언제나 준비 중이었고,

그래서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그는

조금씩

지금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상대를 믿고 있으면서도

지금을 미룬다.


지금의 마음을 마주하는 순간, 그것을 감당하기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음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맡겨진다.


'조금 더 괜찮아지면,

'정리가 되면,

'때가 오면'이라는 말속에

사랑도 함께 미뤄진다.


미래를 향해 사는 사람은

현재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완성해야 할 순간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지금을 건너뛴다.


그러나 현재를 통과하지 않은 믿음은 언제나

아직 오지 않은 약속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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