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타이밍의 문제일까

by soom lumi


사랑이 어긋났을 때

우리는 자주

타이밍을 이유로 든다.


“조금만 빨랐어도.”

“조금만 늦었어도.”

“지금이 아니었을 뿐이야.”


타이밍이라는 말은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해 준다.

누가 부족했는지 묻지 않아도 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사랑은

타이밍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정말

사랑이 타이밍의 문제일까.


타이밍이라는 말 뒤에는

늘 다른 질문이 숨어 있다.


지금의 마음을

지금의 언어로

말할 수 있었는지.


지금의 관계를

지금의 선택으로

견딜 수 있었는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는 말은

종종

지금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바뀐다.


너무 이르다는 이유로

미뤄졌고,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피해졌고,

너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나중으로 넘겨졌다.


그렇게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이름 아래

현재에서 빠져나간다.


한 사람은

지금 사랑하고 싶었고,

다른 한 사람은

조금 더 괜찮아진 뒤에

사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은

같은 방향을 보면서도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의 실패를

타이밍 탓으로 돌리지만,

어쩌면 그건

같은 시간을 살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완벽한 때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지금을

함께 견딜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래서 타이밍은

사랑의 조건이기보다

결과에 가깝다.


지금을 함께 살 수 있었던 사람에게는

그때가

자연스럽게 맞는 타이밍이 된다.


반대로

지금이 비어 있던 관계에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타이밍은

끝내 도착하지 않는다.


사랑이 타이밍의 문제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순간을

같은 무게로

살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그 질문 앞에서

타이밍이라는 말은

조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사랑은

때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지금을 선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전 11화현재는 관계에서 왜 가장 먼저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