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깐, 현재에 있었을까

by soom lumi

아주 잠깐

우리는 현재에 있었던 것 같다.


길지 않았다.

확신할 만큼 충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

지금이라는 감각이

손에 닿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는

앞을 서두르지도 않았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지금 말이 없어도 괜찮았고,

지금 대답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같은 순간에 서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 순간에는

약속이 미래형일 필요도 없었고,

기억이 설명이 되지 않아도 됐다.


그저

지금이라는 시간 위에

나란히 서 있었다.


그래서 질문도 줄었고,

확인도 잠시 멈췄다.


우리가 서로를 믿어서라기보다

지금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조금만 흔들려도

과거가 끼어들고,

조금만 불안해져도

미래가 먼저 온다.


그래서 그 잠깐의 현재는

금방

다시 흩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잠깐이었지만

우리는

지금을 함께 살았다는 기억.


그 기억은

관계를 증명하지도 않고,

이후를 보장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모든 것이 엇갈리기만 했던 건 아니라는

작은 증거가 된다.


우리는

늘 현재에 있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아주 잠깐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그 순간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도

현재를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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