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는 사람과 흘러가는 사람

by soom lumi

관계에는

붙잡는 사람이 있고,

흘러가는 사람이 있다.


붙잡는 사람은

지나간 것을 쉽게 보내지 못한다.

말 하나, 표정 하나,

잠깐의 온기까지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관계가 흔들릴 때

먼저 손을 뻗는다.

지금 붙잡지 않으면

영영 멀어질 것 같아서.


붙잡는다는 건

소유하려는 마음이라기보다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반면 흘러가는 사람은

머무는 데 익숙하지 않다.

지금의 감정이

앞으로도 같은 무게로 남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관계가 흔들릴 때

조금 뒤로 물러난다.

지금 붙잡으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서.


흘러간다는 건

무책임함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거리일 때가 많다.


붙잡는 사람은

지금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흘러가는 사람은

지금의 마음에

완전히 걸리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둘은

같은 상황에서도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 사람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느끼고,

다른 한 사람은

지금은 아니어야 한다고 느낀다.


문제는

이 두 방식이 만날 때다.


붙잡는 사람은

흘러감을 이별로 받아들이고,

흘러가는 사람은

붙잡음을 부담으로 느낀다.


그래서 의도와 상관없이

서로를 상처 입힌다.


붙잡는 사람은

“왜 이렇게 쉽게 흘려보내?”라고 묻고,

흘러가는 사람은

“왜 이렇게 놓아주지 못해?”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사실 같은 말이다.


우리는 지금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붙잡는 사람은

현재를 붙들어야 견딜 수 있고,

흘러가는 사람은

현재를 흘려보내야 견딜 수 있다.


그래서 이 둘의 만남은

자주

타이밍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간을 대하는 방식의 충돌에 가깝다.


붙잡는 사람도

영원히 붙잡고 싶어 하는 건 아니고,

흘러가는 사람도

영원히 떠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지금을 통과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관계가 멀어질 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한 사람만 더 사랑했다.”

“한 사람만 더 애썼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랑의 양보다

방식이 어긋난 경우가 더 많다.


붙잡는 사람과

흘러가는 사람이 만났을 때,

문제는

누가 더 옳았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방식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었느냐다.


어떤 관계는

한쪽이 손을 놓아야 끝나고,

어떤 관계는

한쪽이 흘러가기를 멈춰야 이어진다.


그리고 어떤 관계는

둘 다

자기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끝나기도 한다.


붙잡는 사람과

흘러가는 사람.


그 둘은

서로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같은 현재를

다른 방식으로 살아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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