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김부장?김낙수!

대기업의 김 부장, 가족의 김낙수

by 슴도치


낙수효과란 부자, 대기업 등 소득 상위층의 세금이나 규제를 완화해 주면, 그 이익이 소득 하위층에게까지 흘러 들어간다는 경제 이론이다. 주인공 낙수(류승용) 또한 대기업 부장으로 그 이익을 소유, 확대하려는 인물이다. 그는 25년간 다닌 회사와 상사가 자신을 지켜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임원’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려 애쓴다. 그는 그 상징적인 자리에 앉게 됨으로 그동안의 노고를 증명하고 회사의 치하를 받고자 한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부장이고 아들은 명문대를 다닌다는 타이틀을 고수하고자 한다. 그는 늘 가족을 지키고 위한다고 하지만 그 모든 희생은 결국 본인만을 위해서다. 낙수의 허약한 자아는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의미가 생긴다. 개인 김낙수가 아닌 회사의 김 부장, 김상무로 설명되고자 한다. 그의 인생에는 ‘왜’라는 의문보다는 ‘어떻게’라는 해결책만 작동한다. 시키는 것 잘하고, 말 잘 듣고, 상사에게 인정받고 살면 자연스레 모든 것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착각. 그러므로 그는 점점 더 회사의 부속품이 되길 자처한다. 훌륭한 부속품이 되어 그 세계가 잘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모든 질문의 정답이라는 듯이.



권위적인 사람의 권위는 과거의 굴욕이 쌓이면서 생긴다. 나의 굴욕을 너에게 되갚아줄 때 생기는 껍데기뿐인 권위. 김 부장은 권위로 똘똘 뭉친 슈트를 입고, 경쟁자 후배보다 더 비싼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것이 자부심이다. 미래에 자신이 앉게 될 상무 자리를 훔쳐보고, 부하 직원이란 자신의 비위를 맞추고 시중을 드는 존재들일 뿐이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닌 사람에게 회사는 전부일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 입사해서 그 일과 직급이 자신을 설명할 전부가 된 김 부장. 마땅히 자신을 지켜줄 회사와 상사에게 버림을 받았을 때도, 그는 현실을 회피하고 본능적으로 회귀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은 심부름꾼일 뿐이라는 사실과 맞닥뜨린다. 김 부장은 회사를 그만둬도 달라진 건 상황 뿐, 여전히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려고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줄 또 다른 월급을 찾는다. 상무 대신 건물주! 월급 대신 월세! 차곡차곡 들어오는 안정이라는 마약. 김 부장의 가치 확인은 늘 그래왔듯 사회적 위치와 수긍할 수 있는 숫자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는 또다시 실패한 세계의 판박이 같은 세계를 지어 올린다. 수수깡보다 연약한 그 세계를.



그가 다니던 회사에 세차를 하러 간다고 했을 때, 그는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아마 밥벌이는 밥벌이일 뿐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을 것이다. 회사와 직급으로만 설명되는 김 부장이 아니라 오늘도 여전히 밥벌이하고 있는 김낙수를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나를 지켜주던 회사와 내가 지켜주던 가족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내가 지키고 섰던 회사와 나를 지켜주던 건 결국 가족이었다는 사실. 내 인생을 빛나게 해 줄 사람은 백정태(유승목)상무가 아니라 박하진(명세빈)과 김수겸(차강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회사란 밥벌이라는 고귀한 행위를 가능케 해주는 무수한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다. 도진우(이신기)와 마주한 낙수는 묻는다. 왜 임원이 되고 싶었냐고. 도진우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이미 경험한 낙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이유는 없었다고.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살았을 뿐이라고. 회사를 다니는 거창한 이유는 없다고. 후회 없이 일하는 건 필요하지만 그 이상 자신을 내다 팔 필요는 없다고. 낙수의 낙수효과는 대기업이 아니라 가족이다. 짠하고, 사랑스럽고, 멋지고, 위대한 가족 말이다.



밥 먹자- 우리가 일을 하는 오늘의 이유.

쯤이면 훌륭하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