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광기
여자는 옷과 머리가 흐트러진 채였다. 구둣발에 밟힌 단풍잎 같았다. 두리번거리는 그녀의 눈은 무엇인가를 찾거나 아무것도 찾지 않는 것 같았다. 맨발에는 초점 없는 그림자만 걸렸다. 손에 들린 검은 봉지 밖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 허벅지에 스치는 비닐봉지가 마른 잎 밟는 소리로 들렸다. 그녀 입에서 검은 침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허공에 욕을 하기도 했다. 간혹 술 취한 취객들이 어두운 골목길로 여자를 데려가려고 했다. 그때마다 여자는 검은 봉지를 품에 안고 괴성을 질렀다. 그녀는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맹목적으로 걸었다. 연말이 다가오는 번화가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여자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여자는 검은 비닐봉지 안에 손을 넣고 머리카락 사이에 든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이었다.
중요하다고 믿는 게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다. 사소한 문제를 심각하게 왜곡해서 말하는 이들도 있다. 치명적인 결과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의 기준은 보편적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기준이라는 말은 곧 다르게 보자면 다수의 기준이라는 말이 된다. 다수의 기준은 잔인할 때가 있다. 광기는 나의 중요함을 강요할 때 생긴다. 광기 앞에서 보편성은 가치를 잃는다.
광기는 전염된다. 한 사람은 이상하지만, 백 명이면 정상이 된다.
그때 정상적인 소수는 보편성을 잃고 광기는 정당해진다.
광기는 타인의 존재를 부정하며 자신을 증명한다. 정상적이라는 말을 하는 것부터 정상의 경계를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계에 선 자들. 그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붙잡는다. 멀쩡한 이들을 자신의 자리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그들 모두 광기에 의해 혹은 광기를 피해 그 빼곡한 자리로 들어간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 얼키설키 만든 그물은 누가 누굴 비난한 틈조차 없는 치밀한 거짓말을 만든다.
검은 봉지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겉으로는 알 수 없다. 누구에게나 풀지 않는 봉지가 있다. 아니 풀지 못하는. 축축하게 젖은 비닐의 표면. 꺼끌 거리고 물컹한 촉감과 비릿한 냄새. 그 봉지를 안으로 숨기는 사람의 보편성과 밖으로 꺼내는 사람의 광기. 하지만 본질은 같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손에 쥔 채 살아가고 있다. 바람이 불고 우수수 떨어지는 것들이 나뭇잎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