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고 사라지는 몸짓

소리가 멈춘 뒤

by 슴도치



남자는 나무에 도끼질을 하였다. 딱딱딱- 그것은 마치 조용한 숲에 심장 소리 같다가 나무가 쓰러질 즈음에는 멈추고 말았다. 맨살이 드러난 숲은 더 야위어 보였다.

남자는 몇 해 전 죽은 수수깡을 떠올렸다. 그는 늘 머리보다 큰 모자를 쓰고 나무에 기대서있곤 했었다. 수수깡은 쓰러지는 나무에 몸이 깔려 죽었다. 남자는 마지막에 그의 가슴에 귀를 갖다 대었다. 그 속에 나무는 전부 베어간 것 같았다. 나이 많은 노인이 모자를 탁탁 털어 주웠다. 몸에 얹힌 나무는 몇 시간이나 톱질을 한 뒤에 옮겨졌다. 수수깡도 그것들과 함께 들려 사라졌다. 사람과 나무를 구분할 수 없었다.

남자는 올해 마지막 나무에 쇄기를 박았다. 천천히 몇 번 망치질을 했다. 나무가 쓰러질 방향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따ㄱ-







딱딱딱-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소리를 낸다. 죽은 것은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만들고 응축하고 뱉어진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도, 말을 하지 못하는 자도 사실 자신도 모르는 소리를 내는 중이다.



딱딱- 죽어가는 사람 곁에 있어 봤다. 그 작아지는 숨소리가 몸에 묻은 영혼 같았다. 침묵과 죽음을 바꿔 적어도 의미는 같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소리를 듣는 것은 행복하다. 일부러 목소리를 들으려고 쓸데없는 것을 묻는다.



사람이 사라져도 세상에 소리는 남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오래 멸종되지 않는 건 소리일지도 모른다. 메아리처럼 몇 번이고 되돌아가는 순간. 죽어가던 사람은 그전에 웃기도 잘했다. 내게 다시 오라고 기별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한 인간이 사라지고 남겨지는 건 대부분 그런 것들이다.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