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유행가
여자는 창밖을 쳐다봤지만 볼만한 게 없었다. 전봇대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농도. 빛바랜 전단지에 오래된 가수. 남자는 여자 앞에서 열렬히 떠들고 있었다. 이따금 식탁을 내려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오늘따라 더 검은 그림자와 가수의 이름을 생각해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마 이름을 여러 번 불렀어도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식기가 사방으로 떨어졌을 때 여자는 옛날 유행가를 속으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깨진 식기가 노래의 음표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고개는 손님이 없는 가라오케의 고정문처럼 다시 창가로 되돌아갔다. 가수의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는데 노래의 후렴만 기억이 났다. 흥분한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그 소란에 그녀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놀란 남자가 황급히 여자를 끌어안았다. 전단지 속에 가수가 인기 많았을 시절에는 남자의 말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남자가 다시 무슨 말을 시작하려고 했고, 여자는 남자의 귀를 콱 깨물어버렸다.
예전 유행가를 들으면 그 시절이 지면에서부터 떠오른다. 옆 사람의 목소리, 비 내리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그리고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람. 관계가 달라지는 건 갑자기가 아니다. 순식간에 끝나는 관계는 사실 완전히 끝이 나지 않은 관계다. 모든 관계의 종말은 느리고 담담하게 온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흥얼거리는 노래처럼. 이름이나 생김새보다 말투와 웃음소리 따위가 더 선명하게 추억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어쩌면 시각 정보는 청각보다 뒤처지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에는 온종일 당신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더는 아프지도 않아서 놀라기도 한다.
예전 유행가를 듣다 보면 그 멜로디 사이사이에 내 시간도 노랫말처럼 담겨 있다. 좋았던 것도 나빴던 것도 모두 노래가 시작할 때 펼쳐지고 끝나갈 때 마무리된다. 노래가 변하지 않듯 기억의 너울도 늘 같다. 가사와 리듬이 변할 때, 몇 번이고 본 영화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같은 장면에서 울고 웃는다. 그럼 그것은 그냥 노래가 아니라 시간이 변환된 울림이 된다.
귀를 아무리 콱 깨물어도 소리는 들린다.
아무리 잊었다한들
기억 속 당신 말에 몇 번이고 대답하는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