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입니다!

어지러움과 정돈의 차이

by 슴도치


남자는 화가 치밀었다. 얇은 벽 너머, 옆 방에서는 이삿짐을 옮기는지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남자는 방금 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쿵-하며 무거운 가구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도로에 차들이 앞차를 따라가고 있었다. 붉은 후미등의 행렬이 막힌 혈관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남자도 그 차들 사이에서 앞차를 따라가고 싶었다. 맹목적인 추종에 가담하고 싶었다.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혼자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이 집은 방음이 전혀 안 됐다. 다시 쾅-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어깨와 무릎도 쿵-쾅-거리며 이삿짐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남자는 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포장된 욕은 둘 곳이 없었다. 방은 금세 어지러워졌다. 정돈되지 않은 남자의 사지가 규칙 없이 방치되었다. 종이박스에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온종일 되는 일이 없었다. 쿵-하고 다시 쾅- 그러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 쿵도 쾅도 없이- 남자는 그 침묵이 얄미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소리를 지를 참이었는데, 바닥에 떨어진 입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막, 초인종이 울렸다.







어지러움과 정돈


무엇 때문에 분노했는지 까먹을 적이 종종 있다. 인상을 쓰고 있다가도 안면근육이 버거워질 때. 한숨도 지겨워질 때가 있다. 화를 낸다는 건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이 쓰인다. 그것은 관성과 같다. 한 번 화를 내면 앞 선 감정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어느 순간 이유 또한 중요하지가 않다. 무작정 행렬에 따라나서는 아이처럼 그저 그 뜨거운 감정에 취하고 마는 것이다.


그럴 때는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귀에서는 쿵쾅거리는 소음이 들리고 눈은 흘겨지고 목소리는 높아진다. 단어 선택은 조급해지고 논리는 두서를 잃는다. 화는 인간을 원시의 것으로 만든다. 정돈된 집, 이전의 상태로 돌린다. 내 몸과 마음이 이삿짐처럼 자리를 찾지 못한다. 내가 누구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그럴 때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자극이 도움 된다. 뛰노는 아이와 떨어지는 벚꽃 잎,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소리. 그런 것들은 꽉 막힌 후미등의 행렬을 적절하게 끊어내는 역할을 한다.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의 방은 방음이 약해서 아주 작은 것 때문에도 흔들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이다. 맹목적으로 가담할지, 적절히 끊어낼지.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인생은 어지러워지거나 정돈된다. 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