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2022), 사람의 이해

서툰 것이 당연한 사랑

by 슴도치



사랑을 이해한다는 게 가능할까. ‘사랑의 이해(2022)’는 작은 소동극 같은 이야기다. 여타의 드라마처럼 자극적이지도 환상적이지도 않다. 흔하디 흔한 고작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그 흔한 감정은 아는 맛처럼 거부할 수가 없다. 주인공 하상수(유연석)는 이름처럼 하남자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쪼다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하는 인물이다. 그는 내내 망설이고 뒤늦게 후회하고 상수라는 이름처럼 변하지 않는 사랑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엉켜버린 관계는 소극적이고 애매한 태도로는 바꿀 수 없다. 그는 변수가 없는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그 말은 곧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에게 사랑은 변수고 그 시작선 앞에서 본능적으로 망설인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쪼다 같지만 그 쪼다의 지점이 또 사랑의 지점일 수 있다. 누구나 새로운 것, 정의되지 않은 것 앞에서 멈춰 선다. 준비된 사랑은 없다. 준비하는 사랑만 있을 뿐.



안수영(문가영)은 이 이야기에서 사랑과 가장 동떨어진 인물이다. 그녀는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사랑에 대해 너무 잘 이해利害(이익과 손해)하고 있다. 그녀는 사랑의 이득과 손해를, 동생을 잃고 부모를 미워하며 일찍부터 몸으로 체득하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본능적으로 남자들의 욕망과 망설임과 불편함을 감지한다. 그것은 직장 내에 그녀의 불리한 상황과도 겹친다. 만약 그녀가, 그녀를 움츠리게 만드는 사람들과 동등한 입장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훨씬 단순해졌을 것이다. 수영은 사랑이라는 소모적인 행위보다 자신을 더 염려하는 캐릭터다. 그것은 사랑의 나쁜 단면만을 너무 일찍 체감한 사람의 방어본능이다. 수영은 사랑을 선택하는 순간 도피하지만, 그것은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 의미가 없어서다. 사랑을 이해理解(깨달음) 하기보다 이해利害(이익과 손해)하고자 하는 사람의 본능인 것이다. 사랑에 대한 몰이해는 상대의 망설임 앞에서 증폭된다. 그래서 그녀는 종현(정가람)도 상수도 아닌 자신을 선택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박미경(금새록)과 하상수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순수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늘 아프다. 박미경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하상수의 사랑을 이해한다. 그러므로 더욱 안타깝고 그를 구원함으로 자신도 구원받기를 원한다. 그것은 상수 또한 마찬가지다. 상수와 미경의 사랑이 순수한 건 계산하지 않고 사랑함에 있다. 상대를 보지 못함에 두려움을 아는 자들의 사랑은 그들을 상대에게 끝까지 달려가게 만든다. 사랑의 비극은 사랑의 총량이 한쪽에만 몰려있을 때다. 이들 세 사람의 기울어진 사랑에서 하상수는 사랑을 주고받는 중계자 역할을 한다. 그는 박미경을 너무 늦게 밀어내고, 안수영을 너무 늦게 붙잡는다. 박미경의 사랑은 하상수에게로, 하상수의 사랑은 안수영에게로. 그리고 그 일방통행적인 사랑의 방향을 안수영은 하상수를 통해, 하상수는 박미경을 통해 이해한다. 하상수와 박미경의 사랑은 같다.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이해하는 지점에서 서로를 놓아줄 명분을 찾는다. 반면에 안수영의 사랑은 독선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녀는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자신의 평화를 위해 종현과 상수의 사랑을 담보한다. 그리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마음은 손해로 이어진다.



소정열(문태유)과 정종현은 사랑을 계산한다. 그 선 위에서만 사랑을 이해한다. 소정열은 거짓말로 사랑을 지키고, 정종현은 체념으로 지킨다. 그 둘의 사랑은 완성되지 못한 채 미결로 남지만, 그 또한 사랑이다. 깨지고 부서져도 사랑은 사랑이다. 이 드라마의 사랑은 등장인물만 바뀌고 뼈대는 그대로다. 등장인물 모두 설레고 망설이고 사랑에 빠지고 그 감정을 지키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기꺼이 가해자가 된다. 그것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너무 이해한 자들의 거짓이다. 그 몸부림은 헤엄을 처음 치는 사람의 허우적이다. 이해하려고 나아가려고 사랑하려고 발버둥 치는 군상들의 모습이다. 하상수의 변수가 안수영이 되고, 안수영의 상수가 하상수가 되었을까? 우리는 끝까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온전히 사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을 때가 아니라 그 오답까지 받아들임에 있다. 그렇게 사랑의 이해는 사람의 이해와 같은 말이 된다. 우리 모두 사랑에 서툴다. 그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에 가깝다. ‘사랑의 이해’였다.


이미지 출처: JTBC 공식 홈페이지 / 드라마 〈사랑의 이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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