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을 보다가
한때는 사무쳤던 감정들이
나를 떠나가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이 노화인가.
“나는 정말 몰랐네
난 너 하나만을 믿고 살았네
그대만을 믿었네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와 같은 문장들이
사무치지 않고
무덤덤해지는 순간을 겪고 있는 나를
어쩌면 좋을까.
어떤 것도 내 감정의 어느 결을 건드리지 않고
스멀스멀 지나가는 매일을
겨우 산다는 느낌
내게는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럼 나의 이 무덤덤하고 맹맹한 감정을
어떤 것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최소의 노력이 필요한 지금.
나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최소의 에너지를 쏟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생각 없이
한참 운동장을 걷는다.
달이 저 멀리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달의 몰락을 생각하는
한편의 염세적인 생각을 겨우 떨치고.
나를 지나가는 세월의 바람을
입안에 슬쩍 물었다가 후 하고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