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희생자

하도리 주민 이○○

by 겨울집

하도리 주민 이○○(여, 18)는 세화지서 경찰관이 집으로 찾아와 청혼하였는데, 약혼자가 있어 거부하였다. 이에 격분한 경찰은 1948년 12월 10일(음력 11월 10일) 하도리 속칭 ‘연두망’으로 끌고 가 총살하였다.




마을에서 소문난 미인이었나보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상황에 그저 무력으로 취할 수 있는 신분의 경찰이 집에까지 찾아와서 청혼을 하였던 것을 보면.

당시의 상황으로 처녀 공출 혹은 위안부 제공이라는 말이 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강압으로 그녀를 가지려 하지 않고.

그녀에게 결혼을 하자고,

자신과 함께 생활을 꾸리자고, 이 험한 세상에서 본인이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었겠지.


하지만 그녀에게는 약혼자가 있었고, 그 약혼자를 두고 다른 이와 새 삶을 시작하기엔 제주도는 너무도 좁았다.


물론 경찰과 연을 맺어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 수도 있고.

아주 잠깐, 안전하게 경찰의 아내로 가족의 생사를 돌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다.


하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자존심이, 그녀의 선택이 죽음을 불러왔다.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희생자의 의도가 결코 아니었다.


하도리 연두망에서는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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