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친구는 찾아온 친구들을 웃으며 맞는다.
아직 모를 것이다.
어떤 이의 부재가 실제로 와닿는 것은 죽음의 순간이 아니라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이니까.
당장은 일을 치르고 찾아온 이들을 맞이하고 어머니를 잘 보내드리는 일에 집중하느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에 대한 의식보다 행정적인 절차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겠지.
그러다 어느날 어떤 이가 엄마의 번호를, 아빠의 번호를 차지해 친구 추천으로 뜰 때 흠짓 놀랄 것이다.
그들 없이도 나도 모르게 시간을 보냈음을,
어느새 시나브로 생각하지 않는 날이 늘어났음을.
그러다 어떤 날 어리굴젓 같은 것을 만나면,
문득 아빠 생각에 사무쳐,
울컥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는 것을.
천명관의 고래를 다시 읽는다.
나의 삶을 다시 읽는다.
머리 위 쿵쿵거리는 발걸음을 읽는다.
아직 잠들 시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