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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Oct 27. 2023

우리는 누구나 고아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친구는 찾아온 친구들을 웃으며 맞는다.

아직 모를 것이다. 


어떤 이의 부재가 실제로 와닿는 것은 죽음의 순간이 아니라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이니까.


당장은 일을 치르고 찾아온 이들을 맞이하고 어머니를 잘 보내드리는 일에 집중하느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에 대한 의식보다 행정적인 절차를 치르느라 정신이 없겠지. 


그러다 어느날 어떤 이가 엄마의 번호를, 아빠의 번호를 차지해 친구 추천으로 뜰 때 흠짓 놀랄 것이다.


그들 없이도 나도 모르게 시간을 보냈음을, 

어느새 시나브로 생각하지 않는 날이 늘어났음을.


그러다 어떤 날 어리굴젓 같은 것을 만나면,

문득 아빠 생각에 사무쳐,

울컥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는 것을.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천명관의 고래를 다시 읽는다.

나의 삶을 다시 읽는다.

머리 위 쿵쿵거리는 발걸음을 읽는다.

 

아직 잠들 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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