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구멍을 들킬 때마다 감싸오는 묘한 기운
어떤 시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남아 있는 생채기를 가만히 바라보고 안아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늘 고개를 돌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외면했다.
흉터가 남은 자리에는
마음이 베인 어떤 날들의 기억이 남아 있었고,
그것은 그냥 지나가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앞만 바라보며
마음을 살피지 않았다가
그 무게를
어느 날 훅 느낄 때
사람은 순간 쓰러질 지도 모른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내가 다 알고 있어라며,
되도않는 위로를 건네는 이의 인사를
나는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인정하지 못한 상처를
왜 다 알고 있다는듯
이해한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럴 때마다 무언가를 들킨 것마냥
나는 그 사람에게 무안을 주었고,
그 사람을 차단하고 관계를 끊었다.
늘 그것이 나의 방식이었던가.
차단하고 도망치는 것.
그래서 해야 할 말을 못하고, 내내 끙끙 앓으면서
혼자 짐을 짊어지고, 발을 질질 끄는 것인가.
죽어야 끝이 날 것만 같은 염증.
왜 생채기는 늘 끝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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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후배에게 들은 말은
나는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으로 잘 살아왔다고,
대단하다고 하는 말이었다.
부모님이 잘 키웠기 때문이라며, 부모님께 감사하라던 후배의 말을 새겨본다.
나는 우리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띵한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