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집 Oct 26. 2023

슬픔의 냄새

어떤 구멍을 들킬 때마다 감싸오는 묘한 기운


어떤 시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남아 있는 생채기를 가만히 바라보고 안아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늘 고개를 돌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외면했다.

흉터가 남은 자리에는 

마음이 베인 어떤 날들의 기억이 남아 있었고,

그것은 그냥 지나가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앞만 바라보며

마음을 살피지 않았다가 

그 무게를 

어느 날 훅 느낄 때

사람은 순간 쓰러질 지도 모른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내가 다 알고 있어라며, 

되도않는 위로를 건네는 이의 인사를 

나는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인정하지 못한 상처를 

왜 다 알고 있다는듯 

이해한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럴 때마다 무언가를 들킨 것마냥 

나는 그 사람에게 무안을 주었고,

그 사람을 차단하고 관계를 끊었다.


늘 그것이 나의 방식이었던가.

차단하고 도망치는 것.


그래서 해야 할 말을 못하고, 내내 끙끙 앓으면서 

혼자 짐을 짊어지고, 발을 질질 끄는 것인가.


죽어야 끝이 날 것만 같은 염증.

왜 생채기는 늘 끝이 없는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후배에게 들은 말은

나는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으로 잘 살아왔다고, 

대단하다고 하는 말이었다.

부모님이 잘 키웠기 때문이라며, 부모님께 감사하라던 후배의 말을 새겨본다.


나는 우리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띵한 깨달음.




매거진의 이전글 낮선 사람이 내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