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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냄새

어떤 구멍을 들킬 때마다 감싸오는 묘한 기운

by 겨울집


어떤 시간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남아 있는 생채기를 가만히 바라보고 안아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늘 고개를 돌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외면했다.

흉터가 남은 자리에는

마음이 베인 어떤 날들의 기억이 남아 있었고,

그것은 그냥 지나가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앞만 바라보며

마음을 살피지 않았다가

그 무게를

어느 날 훅 느낄 때

사람은 순간 쓰러질 지도 모른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내가 다 알고 있어라며,

되도않는 위로를 건네는 이의 인사를

나는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인정하지 못한 상처를

왜 다 알고 있다는듯

이해한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럴 때마다 무언가를 들킨 것마냥

나는 그 사람에게 무안을 주었고,

그 사람을 차단하고 관계를 끊었다.


늘 그것이 나의 방식이었던가.

차단하고 도망치는 것.


그래서 해야 할 말을 못하고, 내내 끙끙 앓으면서

혼자 짐을 짊어지고, 발을 질질 끄는 것인가.


죽어야 끝이 날 것만 같은 염증.

왜 생채기는 늘 끝이 없는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후배에게 들은 말은

나는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으로 잘 살아왔다고,

대단하다고 하는 말이었다.

부모님이 잘 키웠기 때문이라며, 부모님께 감사하라던 후배의 말을 새겨본다.


나는 우리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띵한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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