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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Oct 14. 2023

낮선 사람이 내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사다난한 시간


지난달은 다사다난했다.

뜻하지 않은 자동차 사고가 있었고, 한동안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느라 종종 조퇴를 했다. 

직진 신호를 받고 30센티미터를 진행하고, 왼쪽에서 칼치기로 우회전 해서 들어온 차 덕분에 자차에 들어놓지 않은 나는 차량 수리비가 제법 깨졌다. 무슨 라이트 하나가 90만원씩 한다고!!!

상대방은 나와의 접촉사고로 현금으로 600만원, 차 수리비 등 다양한 비용으로 착착 챙겨, 총 1000만여 원을 챙겨갔다고 한다. 축하한다. 


휴일 근무를 하던 날 혼자 먹은 명도암해장국.

선호하는 아라연이 도통 문을 열지 않아 새로 생긴 곳에 가서 먹었는데, 비주얼은 그럴싸했으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가까운 곳에 해장국집이 있구나 정도만 생각하기로.


오라동 메밀꽃밭에 이쁘게 꽃이 피었는데 너무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입장 마감이 6시였는데 6시 20분에 도착했다. 무작정 어디론가 한바퀴 휙 하며 간 것이었는데, 6시가 넘었는데도 친절히 안내하는 직원들의 말에 3명 8000원을 결제하고선 10분도 못 되어 돌아나왔다. 아이들이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는데다 나도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었기 때문.


구름이 멋지던 어느날의 저녁.


추석을 맞아 모인 식구들이 함께한 애월 한담 산책로. 

아빠와 할머니에게 잘 지내시냐고 인사를 건네고 돌아오는 길.


몽골에서 돌아온 직원과 오랜만에 점심. 

새미언덕. 잘 차려진 한정식. 

내가 몸에 좋은 음식을 좋아했다면 베스트였을 공간.


비슷한 종류의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생이소리.

오늘 오랫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후배와 함께한 점심. 


1월부터 화실을 다닌 아이가 그린 코끼리. 

나는 도대체 이 그림이 잘 그린 것인지 못 그린 것인지 구별을 하지 못하겠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피아노에서 미술로 바꿔본 재능 발견 놀이.


쭉 뻗어가는 가지를 바라보며 이 친구는 밟혀도 더 앞으로 나아가겠구나를 느끼는 순간.

나는 왜 그 나아감을 멈추고 그동안 침묵하고 있었을까.

하지 못한 말을 내려놓는 지금의 순간.


누구나 자신의 욕망대로, 자신의 욕심대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지난달 뜬금없는 폭격.

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게 망설이다 건낸 말.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꼭 그렇게 자신이 나에 대한 어떤 평가를 해야만 했을까. 

단 한 시간을 만난 그 사람의 눈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쳤을까.

나에게 그런 말을 해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콜! 하고 넘어갈 사람으로 보였을까.

해석할 수 없는 한 문장으로 나는 굉장히 복잡해졌다.


과연 나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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