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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Aug 16. 2023

그대로 보낼 수 없어서

전화번호를 지울 수 없다 

메시지를 없앨 수 없다

남긴 흔적들을 그대로 보낼 수 없어서

망자의 번호를 그대로 둔다 


그들의 번호는 

문득 한번씩 다른 이름으로 살아나

숨을 쉬고 삶을 살고 

일상의 기록을 남긴다 


다시 살아난 그들의 번호가

그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어떤 이들의 삶을 옅본다 


그렇게 그들이 남긴 번호로

그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그들을 그렇게 보내지 않고 오래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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