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 피해사례
제주4·3평화재단은 4·3 이후 희생자들과 연관하여 연좌제 피해를 받은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가 접수 기간이다.
이번 피해사례 수집은 2021년 전면 개정된 ‘제주4·3특별법’에 따라 2022년 4·3추가진상조사단이 발족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작성 내용 중 연좌제 피해사례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함이다.
추가진상조사단으로 걸려오는 전화 속에서 제보자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내가 이런 얘기를 이 시점에 와서 해도 될 것인가 고민하다 제보를 받는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서 전화를 걸었다'라고 말이다.
혹여 당신이 한 말들이 자신들의 가족, 후손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4·3희생자의 유족들은 4·3이 양지로 드러난 이후에도 가슴을 졸이며 살아왔다.
젊은 시절 그들의 삶을 희망하던 길로 가지 못하게 막은 것도 연좌제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명확하게 4·3 희생자의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모든 채용 절차에 합격하고도 신원조사에서 미끄러져 발령을 받지 못한 이들이 몇십 년의 시간을 넘어 겨우 전화 통화를 통해 한을 풀어내는 목소리를 매일 듣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겪은 피해사례들을 듣고 이들의 지난 삶을 공감하는 것도 추가진상조사단의 역할이겠지만, 이들이 전화를 걸어오는 궁극적인 마음속에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서러움이 함께 담겨 있다.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담긴 망설임과 두려움을 읽을 때마다 이번 연좌제 피해사례 제보는 받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4·3 유족이어서 제한되고 어려운 삶을 살아야만 했던 한 맺힌 지난 과거를 감히 완전하게 공감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4·3 희생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평범한 이들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연좌제 피해자들의 소통 창구가 생긴 것은 지금이라도 다행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4·3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 이후 추가 피해를 받은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4·3이 나아갈 길을 위해서도 꼭 들어야만 하는 부분이다.
국・공기업, 군・경찰, 사관학교 등 각종 채용・입학시험 및 승진 시 불이익이나 보안 감찰 등 일상생활 동향 감시, 조작 간첩 피해, 독립유공자‧국가유공자 서훈 심의 보류, 국내외 여행 및 출입국 제한, 각종 신원조회로 인한 피해 등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제보를 2024년 6월 30일까지 받고 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제보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