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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고 Soomgo Apr 09. 2018

숨고 인터뷰) 살사, 바차타 레슨 한규성 고수를 만나다

[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73번째 사람 

라틴 댄스가 외설적이라고요?
추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먼저 보세요.



숨고가 만난 일흔두 번째 사람

살사, 바차타 댄스 레슨 강사, 한규성(카수)
혹은
숨고 살사 댄스 레슨 고수, 한규성(카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현재 살사/바차타 댄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규성이라고 합니다. 춤을 시작한 지는 15년 정도 되었어요. 그냥 취미로 시작했다가 제대로 빠져들어버렸죠. 강사로 활동한지는 5년 정도 되었어요. 현재 서울대학교의 서어서문학과의 섬머 워크숍에서 살사댄스 강사로 3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동호회에도 출강 나가고 있고, 다양한 소규모 그룹 레슨도 진행하고 있죠.



살사 댄스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과거 회사를 다닐 때 시작했어요. 골프장이랑 리조트를 개발하는 건설회사에서 한 10년 정도 다녔어요. 그때 새로 들어온 직원이 라틴댄스 동호회에서 활동하더군요. 그 당시 나이가 20대 후반이었죠. 여자친구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에 따라가서 처음 시작했어요. 가보니까 웬걸 춤이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열심히 췄어요. 강사는 활동한 지 한 10년 정도 되었을 때 주변에서 아름아름 시작했어요. 지금은 살사와 바차타 댄스에 흠뻑 빠져 살고 있죠. 취미가 업이 된 케이스 중 하나겠네요. 춤추면서 살 수 있는 게 행복할 정도에요.


언제부터 전적으로 강사로 활동하시기 시작했죠?

회사 다니다가 그만두고 건국대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했어요. 3년 정도 했는데 망했죠. 기댈 곳이 없어 그냥 춤을 추고 다녔어요. 그때 정말 힘든 생각, 고민,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어서 더욱 빠졌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수준이 되더군요.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기 시작하니 주변 동호회나 모임에서 레슨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시작했죠.

그리고 스페인 대사관에서 살사 댄스 레슨을 진행했어요. 그때 알게 된 분이 서울대학교에서 서머스쿨 개념으로 체험학습 프로젝트가 있는데 거기서 살사 댄스를 가르쳐보지 않겠냐고 해서 대학 강연도 시작했어요. 4박 5일 진행되는데 살사 댄스는 이틀간 진행해요. 어린 친구들이 똘똘한 눈빛으로 열심히 배우고 에너지 넘치는데 되려 저도 긴장되다가 재밌더라고요. 정말 기쁜 마음으로 가르쳤죠. 이 워크숍에서도 강의 평가가 있는데 3년간 상위를 기록했어요. 덕분에 꾸준히 진행하고 있죠.

한국의 살사 댄스 생태계는 어떤가요? 전문 댄서 활동도 하시나요?

먼저, 한국 살사 댄스를 말씀드릴게요. 요즘은 동호회 위주에서 전문 학원으로 대세가 바뀌는 것 같아요. 학원도 상당히 늘고 강습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그리고 연령별로 시장이 나누어졌어요. 2030/4050/6070 이렇게요. 사실 옛날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즐겼죠. 근데 새로 유입되는 젊은 사람들은 줄고 예전부터 즐기던 젊은 분들이 이제 중장년층이 되어 꾸준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댄서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최근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살사 파티를 열고 공연을 했어요. 수익금은 전액 기부하고요. 2016년에는 프랑스 파리 살사 콩글래스에 참가했어요. 전 세계 살사 댄서들이 모여서 함께 춤추고 교류하는 장이죠. 여기에 초청받아서 참가했어요. 제 눈을 더 넓힌 경험이 되었어요.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이방인들이 한 곳에 어울려 춤으로 서로 이어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말이 필요 없거든요. 춤으로 함께 한 값진 경험이었죠.


살사 댄스 강사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강사 활동 때문은 아니지만 살사 활동 중 시련을 한 번 겪은 적이 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할 때 무리하는 바람에 다리 인대가 끊어져 버렸어요. 춤이 너무 좋고, 지금 기회도 너무 값지기 때문에 그냥 참고 계속 췄어요. 또 추다가 다리 인대가 한 개 더 끊어졌죠. 의사 선생님이 다시 못 걸을 수도 있다고 말씀할 정도로 심각했어요. 장애등급까지 받을 정도였죠. 

하지만 반대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어요. 젊을 때부터 춤으로 함께 어울리던 분들이 지금은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의사분들도 있어요. 다리 인대 수술로 가장 좋다는 병원에 추천해서 수술도 잡아주시고, 재활도 잘 받았죠. 덕분에 지금 다시 댄서로 활동할 수 있어요. 가장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지금까지 살사 댄스에 빠져 헤어날 수 없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시작할 때 가장 큰 매력은 시작하기 쉽다는 점이었어요. 다른 장비도 필요하지 않고, 그냥 퇴근 후 편하게 바로 가서 출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죠. 생각보다 살사를 배우고 즐길 기회도 많고요. 그리고 일을 완전히 잊고 오직 춤에만 빠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걱정이 한순간에 잊혔죠. 

현재는 주변 사람들 모두 춤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다른 불순물이 섞이지 않고 오직 춤으로 이어져 있어서 끈끈하죠.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업 실패, 다리 인대 부상 등 가장 힘들었던 시절, 늪에서 구해준 것도 살사에요.


살사와 바차타를 가르치시는데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보통 라틴 댄스라 하면 라인댄스, 메렝게, 차차, 바차타, 살사 이 5가지가 주요 핵심이에요. 현재 라인댄스를 제외하고 4가지 모두 가르치고 있어요. 살사는 쿠바의 음악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된 춤이에요. 그리고 바차타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민속춤과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생겼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계시는 게 살사와 바차타, 차차 등 춤이 나뉘는 것은 춤의 방식을 기준으로 잡고 하는 게 아니에요. 음악으로 나뉘는 거죠. 살사 노래, 바차타 노래, 차차 노래, 노래에 맞게 추는 춤이 달라져요. 노래마다 춤을 다르게 추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보면, 음악을 귀로 듣는 게 아니라 몸으로 듣는 행위가 춤이라고 볼 수 있죠.



레슨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시나요?

개인 강습, 소그룹, 동호회, 단체 강습 등 제공하고 있어요. 개인이나 소그룹 강습 같은 경우는 회원들에게 맞춤 내용으로 자유롭게 조정해서 제공하고 있어요. 단체 강습은 제가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내용을 공개해요. 그리고 원하시는 분들이 신청해서 들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어요.

고수님만의 레슨 차별점이 있나요?

라틴 댄스는 남자와 여자 역할이 나뉘고 춤도 달라요. 저는 남자/여자 역할 모두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남녀 두 선생님이 한 팀이 되어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혼자서 다 봐드릴 수 있죠. 그래서 골고루 모두 가르쳐드릴 수 있어요. 

레슨 내용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거예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춤은 즐겨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진행하고 있어요. 천천히 진도 나가고 기본기에 충실하지만 항상 웃을 수 있는 수업이죠. 춤은 상대방과 함께 추는 행위기 때문에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어야 하죠. 내가 즐거우면 그 기운이 상대방에게 가고, 모두 즐거우면 그게 끝이에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섬머캠프 강연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레슨은 아무래도 서울대에서 진행한 강연이었어요. 최대 20~30명 수업만 진행해보다가 대강당에서 100명 이상의 학생들 앞에서 교육한다는 게 너무 긴장되고 설렜어요. 게다가 서울대학교잖아요. 훌륭한 대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똘망똘망하게 절 바라보고 배우고,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데 보람을 느꼈어요. 젊은 인재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그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뜻깊었죠.

그리고 인상 깊은 한 분도 계세요. 구청에서 오픈 강습을 진행하는데 80살 넘은 할머님께서 오셨어요. 제가 당황하실까 봐 할머님께서는 "쫄지마, 나 이래 봬도 노인 대회에서 1등 먹었어."라고 말씀하시면서 사람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푹 빠져서 추시더라고요. 정말 잘 추셨어요. 이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춤의 매력을 알 수 있었어요.

춤 말고 하루 보통 일상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자전거를 타고, 낮에는 개인 강습하고 연습, 저녁에는 동호회 가서 강습을 해요. 동호회 수업이 보통 8시부터 10시 정도에 잡히는데 10시면 끝나죠. 근데 또 10시부터 12시까지 어울리면 춤을 춰요. 12시가 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춤을 뺀 제 일상은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춤은 제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댄서와 강사이기도 하지만 오가나이저(Organzier) 즉, 페스티벌이나 행사를 주최하는 것에도 뜻이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주 살사 페스티벌이 있어요. 각 나라마다 유명한 살사 페스티벌이 있죠. 파리/도쿄/서울 등 전 세계 유명 댄서들이 모두 모여서 춤을 추고 교류하고 함께하는 장이 있죠. 저도 이런 장을 제공하는 훌륭한 페스티벌을 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제가 주도적으로 살사 페스티벌을 기획해서 주최하고, 모두 초청하여 함께 춤추고 어울리고 싶네요.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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