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74번째 사람
오랫동안 노래 부르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숨고가 만난 일흔세 번째 사람
성악가, 노영호
혹은
숨고 결혼식 축가 고수, 노영호
안녕하세요, 짧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군산시립합창단에서 테너 상임단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노영호라고 해요.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했어요. 시립 합창단은 작년 8월 말에 입단했어요. 그리고 주말에는 부업으로 숨고를 통해 결혼식 축가를 부르러 다녀요.
어떻게 성악을 하게 되셨나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중창단이 있었어요. 고 1 때 음악 시간에 제 노래를 들으시더니 음악 선생님께서 저를 스카우트하려고 쫓아다녔죠. 그 당시 노래에 전혀 뜻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 다녔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마주쳤는데 중창단에 들어오라고 하셔서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막상 제 또래 애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겠다 싶어서 제대로 시작했어요. 교회에서 여는 중창대회도 나가보고, 성가곡을 위주로 하는데 재미있었어요.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성악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끝날 즘 진로에 대해 고민했어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았죠. 근데 언뜻 노래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고등학교 중창단 선배들과 상담도 해보고 많이 물어봤죠. 바로 윗기수에서 성악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아서 레슨은 누구한테 받는지 물어보니 저희 2기에 활동했던 선배님이셨어요. 테스트를 한번 받았는데 다음 주부터 바로 레슨 시작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얼떨결에 어어어... 하면서 준비했던 게 성악의 길이었어요.
프로 테너로서 활동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작년 8월 말에 입단해서 아직 오래되진 않았어요. 시립 합창단이라고 하면 바로크 음악이나 고리타분한 음악만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콩트나 극 같은 요소를 포함한 공연도 하고 있죠. 1부는 클래식 합창, 2부는 극, 창작 뮤지컬 스타일로 진행하기도 해요. 혹여나 관중들이 따분해할까 봐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하고 새로운 분야도 접목해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작은 음악회를 열 때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각색해서 연주하기도 해요. 다음 주에도 클래식 정기 연주회가 잡혀있네요. 폭넓게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니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정기연주회는 1년에 8~9회, 소규모(브런치) 콘서트는 4~5회, 요양원이나 초등학교 같은 공공기관 방문 연주회는 30~40회 정도에요.
성악을 시작하면서 겪은 시련이나 힘든 점이 있었나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성악을 제대로 오랫동안 하지 않고 고2 때부터 제대로 공부했어요. 어떻게 보면 1년 공부하고 대학교에 간 셈이죠. 대학에 들어가 보니 주변 동기 대부분 예중, 예고 출신의 예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아이들이 많았어요. 나는 고작 노래 몇 곡해서 들어왔는데, 동기들은 이미 다양한 곡에 익숙하고 잘하더군요. 전 피아노도 못 치는 데 다들 피아노도 잘 쳤어요.
어린 마음에 그런 모습을 보고 자괴감이 들었죠. '나랑 얘들은 차원이 다르구나.', '나는 굉장히 뒤처져 있구나.'라는 생각에 휩싸였어요. 20살 때 혼자 연습하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그랬죠. 그래도 막상 친해지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친구들도 크게 차이 없다는 부분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 더 배웠다 뿐이지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겠다 싶어 열심히 했어요.
결혼식 축가는 어떤 계기로 하셨어요?
아무래도 성악 전공을 해서 대학 시절 주변 선배들이 축가 행사를 많이 소개해줬어요. 후배들 용돈벌이하라고 많이 챙겨주셨죠. 그 당시에는 몇 만원 받으며 축가를 불러드리고 예식장 뷔페도 먹는 게 소소하면서 큰 즐거움이었죠. 그렇게 선배들이 소개해주는 축가를 하면서 자주 하기 시작했던 게 현재 부업이 되었네요.
성악가면 축가는 주로 어떤 종류의 노래로 불러드리나요?
주로 팝페라나 뮤지컬 장르의 노래를 제공해드려요. 신랑, 신부님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시는 곡들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이나 10월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가장 많이 불러드리고 있어요. 혹은 원하시는 특정 곡이 있는 경우 제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공하고 있어요. 성악가라고 한 장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팝송이나 가요도 불러드릴 수 있어요. 이래 봬도 합창단 오디션 때 개인기로 가요를 부르고 합격했답니다.
고수님이 제공하는 축가에 차별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타 고수님들과는 다르게 검증된 전문가이자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 분야에서 실력은 엉터리면서 돈만 받아 가려는 심보를 가진 사람들이 제법 있어요. 예전에 4중창으로 웨딩 업체 측에서 주선한 축가를 간 적이 있는데 같이 축가하러 온 남성분이 암보도 제대로 안되어있고 심지어 노래도 이상하게 부르시고 페이를 받아 가시더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저 같은 경우 전문 테너로서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공 출신이라 검증된 실력을 갖췄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래 봐요.
고수님의 하루 일상은 어떤가요?
합창단 퇴근 후에는 악보를 보며 노래를 익혀요. 그리고 건강 관리를 위해 헬스도 하고 있어요. 여가시간은 많지 않은데 가끔 동료들과 어울려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거나 컴퓨터 게임을 해요. 스크린 골프도 치기도 하죠.
개인적인 목표나 꿈이 있나요?
평생 제가 좋아하는 음악 하면서 누군가에게 그 음악을 들려주며 행복을 전하고 싶은 것이 제 목표에요. 예전에 한 선생님이 목표에 대한 제 대답을 들으시곤 '넌 참 불행하구나.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라고 말씀하셨어요. 전 전혀 다르게 생각한답니다.
주변을 보면 보통 훌륭한 오페라 가수나 합창단에 들어가 합창하는 것이 목표인 경우가 많아요. 제 생각에 엄청나게 훌륭하고 잘 나가는 가수가 된다면 좋겠지만 오히려 노래를 꾸준히 행복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목표를 이뤘을 때 느끼는 허탈감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리기보다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제가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