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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고 Soomgo Apr 17. 2018

숨고 인터뷰) 첼로 레슨 정수연 고수를 만나다

[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78번째 사람

첼로는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소리를 가졌어요,
발끝부터 몸 전체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죠.



숨고가 만난 일흔여덟 번째 사람

첼리스트, 정수연
혹은
숨고 첼로 레슨 고수, 정수연



처음 첼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피아노를 잠깐 배우기 시작했는데 하기 싫고 지루했어요. 그러던 차에 친언니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어 저도 하고 싶다고 했죠. 어머니가 그럼 너는 첼로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너무 크고 무거운 악기라 끌리지는 않았지만 유명 첼리스트 장한나의 연주를 보고 흥미가 생겼어요. 큰 악기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첼리스트가 주체적으로 지배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흔쾌히 첼로를 배우겠다고 한 게 첫 시작이에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공으로 공부한 것은 중2 때부터에요.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고 첼로 전공으로 10년이 넘었다면 꽤 오랜 기간인데, 질리지 않고 빠져든 매력이 무엇인가요?

고음역대 악기 연주자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얇고 높은 소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고음역대 악기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저에게는 첼로가 딱이에요. 첼로는 현악기 중 현이 가장 두꺼워 고음역까지 올라가도 얇고 찌르는 듯한 소리가 없거든요. 그리고 중저음역대는 악기와 몸이 닿아있는 지점부터 발끝까지 푸근하게 울리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첼로를 쉬지 않고 지금까지 정진한 건가요? 혹시 다른 이력이나 경험이 있으신가요?

대학생 시절 금전적인 사정으로 참 다양한 일을 했어요. 중간에 가정 형편이 조금 어렵기도 했고 독립을 해서 제가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어야 했거든요. 지금까지 했던 아르바이트를 생각하면 각양각색이네요. 

카페에서 2념 넘게 일하며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하기도 하고, 동대문이랑 현대백화점에서 의류매장 판매원으로 2년 가까이 일했어요. 가장 특이한 경력은 아카펠라 혼성 그룹 보컬이에요. 앨범도 4장이나 냈어요! 단, 그룹명은 비밀입니다.



중간에 쉬고 잠깐 돌아갔지만 끝내 첼로를 놓지 않으셨네요.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활동을 알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연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는 졸업 연주에요. 음대생에게 가장 중요한 관문이랍니다. 졸업 연주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해 재연주를 해야 하죠. 당시 저는 3년 반 넘게 휴학을 하고 첼로를 놓고 있던 상태였어요. 선생님과 맞지 않고 회의감도 들어 중간에 잠깐 그만두고 휴학 상태에서 일을 했어요. 음악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저는 악기를 가장 잘하고 사랑한다고 깨달았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첼로를 잡은 데다 프로로써 첫 무대여서 더 열심히 했어요. 3년 반 동안 연주를 못했는데 복학해서 3개월 넘게 엄청 빡세게 했어요. 3시간씩 자면서 온 힘을 쏟아 넣었어요. 결국 성공적으로 연주회를 마쳤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괴로웠지만 한편으로 악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참 행복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레슨도 연주 만만치 않게 많이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바쁘신 거예요?

하루하루가 레슨으로 꽉 차있어요. 개인 레슨생에 그룹, 학원까지 합치면 30명 정도 되겠네요. 두 달 넘게 하루도 못 쉰 적이 많아요. 

숨고를 통해서 저를 거쳐간 개인 레슨생도 1년에 30명 조금 넘어요. 연주와 공부도 꾸준히 하고 틈틈이 바쁘게 레슨을 진행하는 정도네요.



고수님만의 첼로 레슨 스타일이 있나요? 교육법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저는 단순히 악보 보고 연주하는 레슨 스타일이 아니에요. 음악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배우지 않고 연주만 하면 국어책 읽는 낭독과 같다고 생각해요. 

핑거링을 적고 그대로 연주하는 게 아닌 왜 이 핑거링으로 연주해야 하나? 악상기호가 이렇게 쓰여있는 이유가 뭘까? 이 곡은 무엇을 전달하는가? 등 다각도로 깊게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스토리를 같이 고민하고 교육하는 스타일이에요.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능동적으로 배우게 유도하는 스타일 같아요. 혹시 예를 들어주시겠어요?

예를 들어, 곡 제목이 미뉴에트라고 쓰여있는 경우가 있어요. 미뉴에트는 사실 곡명이 아니라 형식을 말하는 거예요. 작곡가가 모두 달라요. 그럼 이름이 다 똑같지만 다른 곡인 미뉴에트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미뉴에트 형식을 이해해야 하죠. 

먼저, 미뉴에트가 어떤 것인지 공부를 시켜요. 미뉴에트는 춤을 출 때 연주하던 곡이나 직접 몸으로 박자를 타게 하거나, 관련 유튜브 영상도 보여줘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그냥 악보 보고 연주하는 게 아닌 진짜 미뉴에트를 연주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가르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레슨이 있나요?

처음 그룹레슨을 진행하던 날이 기억나네요. 사실 비전공자끼리 모여서 앙상블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일반인의 경우 서로의 소리를 듣는 훈련이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연주를 하기 어려워요. 그냥 연주하면 누가 틀리고 맞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그날은 예상보다 훨씬 준비를 잘 해오셔서 원만하게 진행이 됐어요. 지금까지 계속 앙상블 레슨을 하고 있답니다.

앙상블의 경우, 일반인이 모여서 하기 쉽지 않은 연주입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행하는 중이에요. 혼자 레슨받고 연습하면 자기 실력을 잘 몰라요. 그리고 금방 지루해 할 수도 있죠. 다른 사람과 함께 가끔 연주하다 보면 잘 하는 모습에 자극도 받고, 자기가 못하면 연주를 망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해서 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요.

*앙상블: 악기 2개 이상이 모여 합주를 하는 것을 말함. 같은 첼로가 여러 개라도 화음을 달리해 함께 연주한다.

혹시 레슨을 진행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아마 이건 모든 선생님께 해당되는 사항일 거예요. 수강생이 잘 집중하지 않거나 제멋대로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럼 힘도 빠지고 '왜 이걸 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아이 같은 경우 집중 시간이 길지 않아서 힘들고, 성인의 경우 은근 자기 고집대로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집중력이 약한 수강생의 경우 1시간 레슨을 30분씩 나눠 진행합니다. 그리고 말을 잘 안 듣고 고집 피우는 어른 수강생에게는 솔직하게 따끔히 뭐라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예를 들어, 자세를 바꾸라는 말을 하면 꼭 안 되는데 어떻게 합니까?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 정도 수준밖에 연주를 못한다고 따끔하게 혼을 내곤 하죠.

저도 첼로를 배우는 중간에 저랑 맞지 않는 선생님을 만나 한동안 방황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선생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첼로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강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수님의 개인적인 목표나 꿈을 알 수 있을까요?

현재 배움에 뜻이 있어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어요. 혹은 국내 대학원도 갈 수 있어요. 올해 11월과 12월에 지원하겠네요. 

열심히 준비해 많은 것을 배우고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쉽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유학 혹은 공부를 마치면, 전국을 돌면서 앙상블 연주를 하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에요.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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