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31번째 사람
사실 꿈이라는 게 조금씩 더 커지는 거잖아요.
하나를 이루고 나면 다음 단계 목표가 또 생기는 거죠.
숨고가 만난 서른한 번째 사람
<바칼 밴드> 드러머, 가람
혹은
숨고 드럼 레슨 고수, 가람
드럼은 교회에서 처음 접했어요. 중학교 때 다니던 교회에서 청년부 형이 치는 게 너무 멋있어 보여서 어떻게 연주하는지 1년간 유심히 지켜봤어요. 제가 중3 말쯤 되었을 때 그 형이 유학을 가게 되면서 드러머 자리가 공석이 되었어요. 그래서 고 1 때부터 제가 청년부 드러머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실제로 드럼을 연주해본 적은 그전에 없었던 셈인데 얼마나 열심히 관찰했던지 드럼 스틱을 잡으니 그냥 저절로 손이 움직이며 연주가 가능하더라고요. 상상력의 힘을 그때 실감했어요.
사실 대학에서 드럼 연주 전공을 한 건 아니에요. 원래는 목사가 되려고 신학 대학에 들어갔었는데, 학교 찬양 동아리에서 연주하기도 했지만요. 버클리 음대 월드 오디션에 합격해서 원하면 음대 진학도 가능했지만 사실 학비 부담으로 진학은 포기했었어요. 연간 일 억 이상은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혼자 유튜브 보면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가 한국에 유튜브가 이제 막 들어오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아직 영상 콘텐츠도 많이 없었어요. 혼자서 이런저런 자료를 많이 찾았죠. 네이버 카페 자료도 인쇄해서 연주해보고요. 밤새워서 연습할 때도 많았어요. 낮에 아르바이트하고 밤에 계속 연주하고.
그러다 혼자 연습하며 실력 향상하는데 한계를 느낄 때 쯤 서울예대 강사이셨던 선생님을 알음알음 찾아갔어요. 그 선생님의 스승님도 찾아가 일 년 넘게 레슨을 받았어요. 사실 연줄도 없었는데 무작정 찾아가서 가르침을 부탁했던 거예요. 운이 좋았죠. 드럼에 푹 빠져 지내다가 대학 4학년 때 진로를 완전히 드러머로 잡게 됐어요.
<바칼 밴드> 드러머로 공연을 하고 있어요. 홍대 클럽 여기저기에서 공연을 해요. <라이브클럽 빵>, <클럽 라이브앤라우드> 그리고 <살롱 노마드>에서 저희를 자주 보실 수 있어요. 합주는 주로 밤에 만나 하고 공연은 저녁 7시~8시쯤에 하고요.
수업도 여기저기에서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음악 학원 출강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학원 일을 많이 줄이고 있어요. 보통 학원에서 수수료를 50% 가까이 떼어 가는 게 좀 억울하더라고요. 하는 일과 노력에 비해 대우가 합당하지 않은 거죠. 힘들어도 계속 버텼더니, 이제는 저도 노하우가 많이 쌓여서 개인 레슨을 주로 하고 있어요. 지금은 레슨생이 37명이에요. 예전에는 왜 이렇게 학생 모집이 어렵지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는 확실히 제가 가르칠 준비도 덜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발전하면서 레슨도 더 많이 하게 된 거죠.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재즈, 팝, 흑인 음악이에요. 바운스와 리듬감이 있는 그런 곡이요. 정박이 아니라 레이백(lay back)이 있는 곡이에요. 그루브하다고 하죠. 해외 가수는 비욘세, 국내 가수는 백예린, 이하이 노래를 좋아해요.
<바칼 밴드> 노래는 블루스 기반에 펑크가 가미된 곡이에요. 사운드가 조금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게 듣다 보니 한국인 감성에 맞더라고요. 예전에는 세련된 느낌을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정 가는 노래가 좋아요.
얼마 전 건대 쪽에 제 작업실을 작게 마련했어요. 혼자 드럼 연습하는 장소인데 학생분이 가능하시면 이 작업실에서 레슨을 진행해요. 학생분 집에서 할 때도 물론 많고요. 일반 직장인처럼 정해진 회사 공간이 있는 게 아니니까 시간이 허락하는 한 어디든 가려 해요. 역삼동 사시는 학생분도 있어요. 집에 엄청 큰 드럼 세트가 있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돌아다니는 게 또 적성에 맞아요. 일이 있는 곳에 제가 가야죠!
일단 진지함이요. 드럼을 배움에 있어 진지하고 열의가 있는 분이었으면 해서요.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야 더 재밌게 수업이 가능하고 의미를 많이 느끼거든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학생분이 계신데 정말 열정적인 분이었어요. 30대 후반 남자 직장인이셨는데 회사 근처 연습실을 직접 대여해서 매일 연습하시더라고요. 취미로 하셨던 건데 전공생한테만 주는 악보를 드렸더니 다음 날 바로 다 외워오시고... 그 열의 때문에 단시간에 정말 실력이 쑥 늘었어요. 그렇게 수업에서 원래 목적과 원하시는 바를 다 이뤄가시는 분들이 참 감사해요.
또 솔직함이요. 솔직함은 편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좀 직설적인 걸 좋아해서 편하게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았으면 해서요.
사실 꿈이라는 게 조금씩 더 커지는 거잖아요. 하나를 이루고 나면 다음 단계 목표가 또 생기는 거죠. 꿈은 계속 바뀌는 거라 생각해요.
요즘 목표로 생각하는 건 녹음 세션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거예요. 보컬리스트에게 주는 가이드 녹음 같은 거요. 이제 조금씩 경험을 쌓아가는 중이에요. 세션 녹음하고 음원이 나오는 전체 과정을 많이 경험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