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30번째 사람
크게 사업을 하겠다는 욕심보다
작은 거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는 주의로 살아요.
숨고가 만난 서른 번째 사람
인테리어 전문업체 <필마칸> 대표, 최효성
혹은
숨고 인테리어 필름 시공 고수, 최효성
개인사업자로 혼자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어요. 저처럼 혼자 1인 사업하는 친구들과 몇몇이 뭉쳐서 작업할 때도 있지만 주로 혼자 시공하는 편이에요. 주업으로 인테리어 필름 시공을 하면서 부업으로 전체 인테리어 설계, 디자인, 현장 감리 일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주업이 토탈 인테리어였는데 얼마 전부터 주업과 부업이 바뀌었어요. 인테리어 필름 시공 일은 샷시, 문틀, 문, 주방 싱크대 시트지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토탈 인테리어는 인테리어 회사를 다닐 때 주로 많이 했었어요. 전체 인테리어 시공을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보통 내공이 더 쌓인 후 느지막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소속된 조직도 작았던지라 30대 젊은 나이에 전체 인테리어 공사 일을 맡았어요. 그런데 3년 전 이 회사가 무리한 투자 후 잔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을 닫으면서 갑작스레 홀로서기를 하게 되었어요.
홀로서기 후 우연한 기회에 인테리어 필름 시공만 하게 되었는데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사실 혼자 전반적인 인테리어 시공 맡는 건 걱정이 더 앞서더라고요. 전체 공사 관리 감독하는 게 사실 엄청난 책임감이거든요. 저도 30대 중반에 부분 탈모가 올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요. 지금은 한 분야에 집중해서 하니 돈은 조금 덜 벌더라도 속도 편하고 작업하면서 행복감도 더 커요.
보통 공사 현장에 아침 7시 20분까지 도착해서 바로 일을 시작해요. 주로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요. 저는 커피도 안 좋아하고, 담배도 하지 않아서 조용히 일만 하는 편이에요. 11시 반쯤 점심 먹고 나서 보통 오후 1시까지 휴식 시간인데 저 혼자 일할 때는 그냥 바로 다시 작업을 시작해요. 5시~6시 정도에 마무리를 짓고요. 그냥 낮에는 계속 일하는 게 편해요. 제목 모르는 팝송 100곡 같은 거 들으면서요.
일 없을 때는 와이프랑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근처 공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느긋하게 산책하는 걸 즐겨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최근에는 여행 다녀오면 영상도 조금씩 만들어보고 있어요.
회사 다닐 때는 야근, 철야를 밥 먹듯 했었어요. 처음에는 CAD 프로그램으로 도면 설계 디자인을 했었는데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죠. 그러다 현장 일이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사장님께 현장에 나가게 해달라 했어요. 그렇게 처음 현장에 나가고, 그 뒤로는 사무실에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현장에서만 뛰어다녔어요. 현장 일이 어느 정도 적응되고 나서는 낮에는 현장, 밤에는 사무실에서 설계 일을 병행했고요. 그때 하루에 3시간씩만 자도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간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아무래도 전반적인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지식이 있다 보니 지금 혼자 일할 때도 도움이 돼요. 일단 내가 하는 작업 전후 작업을 알고 있으니 다른 공정에 대한 배려도 가능해요. 문제가 생길만한 부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거죠.
그 밖에 힘든 점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거요. 사실 외국에서는 타일공, 목공 등이 고액 연봉 받는 인력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인 것 같아 많이 아쉬워요.
저는 인테리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회사에 들어갔었어요. 그냥 취직을 위해 들어갔던 셈이에요. 회사 다니면서 하나둘씩 많은 걸 배웠죠. 특히 현장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공정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어깨너머로 배운 것도 많고요.
혼자 따로 시간 내서 기술 직업 학원도 많이 다녔어요. 사실 자격증이 있다고 현장에서 알아주는 것도 아니라서 자격증 취득을 위해 다녔던 건 아니고, 그냥 기본 지식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공부했어요. 도배 자격증도 따고 목공도 배우고... 나중에는 목공 팀도 따라다니며 현장 일을 배웠고요. 그렇게 조금씩 분야를 넓히다 보니 새로운 눈이 뜨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공구와 자재만 있으면 혼자 벽도 세우고 전기 배선도 깔고 도배고 하고 필름도 붙일 수 있게 된 거죠.
시공은 그냥 꼼꼼하려고 노력해요. 대충 지나치는 부분이 생기면 나중에 그 부분이 하자가 되어 다시 재공사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귀찮을 수 있지만 한번 더 꼭 확인해야 해요.
예전에 인테리어 회사 다닐 때 일인데, 현장 지식이 전혀 없던 제가 실수로 천장 조명을 잘못 주문한 적이 있었어요. 하얀색 원형등을 달아야 하는데 주황색으로 주문해서 잘못 달았다는 걸 기술자가 퇴근한 저녁에야 알았어요. 주광색, 주백색, 전구색 개념도 모르던 때였죠. 부랴부랴 조명 가게로 뛰어가 조명을 사와 밤새 혼자 다 바꿔달았었어요. 지금도 기억나요. 총 99구. 이후에 한번 더 확인하는 게 버릇처럼 된 것 같아요.
시공 상담을 상세하게 해드리는 것도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요즘에는 많이 알아보시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질문도 정말 많으시거든요. 최근 어떤 분은 숨고 채팅으로 4시간 동안 이것저것 물어보신 분도 계세요. 여자친구랑도 이렇게 오래 채팅해본 적 없는데... 하하. 저는 영업 경험이 없어서 그냥 숨고로 연락 오는 분들 한 분 한 분 만나고 대화하는 게 재미도 있더라고요.
예전에 전체 인테리어 시공을 도와드렸던 아파트 집주인께 제가 집 근처 이케아에서 화분 세트를 사다 드린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해두셨다가 몇 개월 뒤 명절 때 저에게 배 한 박스를 보내주셨어요. 제가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고객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은 그때뿐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인테리어 분야에서 사업하다가 점점 욕심을 내서 규모가 큰일을 무리해서 하고, 그러다 한번 걸려 넘어져 크게 심신과 재산이 다치는 길로 가는 걸 많이 봐왔어요. 저는 크게 사업을 하겠다는 욕심보다 작은 거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는 주의로 살아요. 돈도 그냥 제 가족 먹고살기 부족하지 않은 정도로만 벌고요. 빠르면 5년 뒤 용인 쪽에 시골집 하나 구해서 조용하게 사는 게 꿈이라면 꿈이에요. 낡은 집을 사서 개조하거나 여건이 되면 제가 설계해서 새로 짓고 싶기도 하고요. 이런 얘기하면 좀 나이 든 사람 같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아, 그전에 여윳돈이 좀 생기면 좀 좋은 영상 장비를 사보고 싶어요. (와이프 몰래요.)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