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29번째 사람
좋아하는 종합격투기 하면서
생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어내는 것.
제 소박한 꿈이에요.
숨고가 만난 스물아홉 번째 사람
프로 격투기 선수, 정다운
혹은
숨고 킥복싱/무에타이 레슨 고수, 정다운
전 복싱을 먼저 시작해서 나중에 격투기 선수가 된 경우에요. 중학교 1학년 때 복싱을 시작했어요. 뭔가 멋져 보였거든요. 학교 체육 아마추어 복싱부에 들어가서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활동했어요. 그런데 시합만 하면 겁먹고 경기를 잘 하지 못했어요. 성적도 저조했고요.
그게 후회가 남았는지 나중에 다시 운동을 하게 됐어요. 경호 업체에 취업해서 풀타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 오전에만 해도 되는 일로 구해서 연습량을 늘렸어요. 그러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프로 격투기 선수로 전향했어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종합격투기는 말 그대로 MMA(Mixed Martial Arts), 다양한 무술의 종합체이기 때문에 선수들마다 배경이나 강점이 다 달라요. 저처럼 복싱이 기반이신 분도 있고, 그 외에도 레슬링, 주짓수, 킥복싱, 무에타이 등 다양한 무술이 다 섞여 있어요. 결국에는 이 모든 걸 다 섭렵해야 진정한 종합격투기를 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맨몸 운동이기 때문에 체력 단련을 위한 헬스 트레이닝, 크로스핏, 서킷트레이닝도 병행이 필수이고요. 기초체력 단련이 하루 훈련 일과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거든요. 각 무술 종목별로 조금씩 다른 기술의 숙련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몸에 대한 공부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부상의 위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직접 몸도 만들고 식단도 관리하고 신체 및 운동 전반에 대한 교육도 많이 받아요.
처음에 종합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 아무래도 생계 때문에 직장과 병행해야 했어요. 일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특히 시합 전이 너무 힘들었어요. 시합 준비 때문에 일을 빠지면 동료들이 대신 빈자리를 메꾸거나 시합이 끝난 후 제가 일을 보충해서 더 해야 했거든요.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운동을 하면, 제가 덩치도 크고 힘이 센 편이라 그런지 바로바로 실력 향상이 보였어요. 그래서 우직하게 점점 운동 시간을 늘리면서 혼자 연습했어요. 그렇게 꾸준히 훈련을 해서 아마추어 종합격투기 시합에 나갔어요. 운이 좋았는지 첫 시합에서 2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스스로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아마추어 시합에서 첫 패를 경험하고 바로 느꼈죠. 분명 같은 기술인데 상대방의 주먹이 내 주먹보다 두 배로 무겁다 느꼈을 때, 그때 제 훈련 방식의 한계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대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고수를 찾아 수소문했어요. 그렇게 찾은 게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코리안탑팀이에요.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 UFC 곽관호 선수 등 종합격투기 선수를 다수 배출한 유명한 체육관이에요. 여기서 실력을 더 갈고닦아서 프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주변에서 격투기에 대해 한두 가지 물어보시는 것들을 답변해드리고 알려드리다 보니 자연스레 수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의외로 깊이 있게 전문적인 레슨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한두 분과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숨고에서 더 많은 다양한 분들을 소개받아 개인 레슨이 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종합격투기를 알려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좋아하는 일로 수입도 생기는 거잖아요.
직장인도 있고, 20대 초반 여성, 30대 후반 남성분... 아이 둘 있는 아버님도 계시고요. 정말 다양해요. 한 번은 처음 수업 상담 오셨는데 주먹이 수년간 무술 단련하신 분처럼 정권이 잡혀 있으시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운동하신 적 있으신지 여쭤보니, 약 2년 전에 복싱을 한 달 정도 배우고 나서 그다음 그냥 혼자 집에서 혼자 연습했다 하시며 맨손으로 매일 치시던 샌드백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글쎄 샌드백 옆구리가 다 터져 있는 거예요. 체육관 오셔서 코칭 받으며 훈련해도 샌드백이 터질 때까지 훈련하기 쉽지 않은데 무서울 정도로 비범한 분이라 생각했었어요. 제가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제 학생분들은 다 열정적이세요. 주 최소 2~3회 꼬박꼬박 저와 함께 운동하세요.
종합'격투기'이다 보니 '싸움이다', '무식하게 운동할 거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사실 이론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무식하게(?) 운동하는 건 저 하나로 족하잖아요. 학생분들에게는 동작 하나 기술 하나를 알려드리더라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연습해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짚어드려요. 하나의 기술이 제대로 나오려면 각도, 시간, 타이밍, 회전의 방향 등을 정확하게 알아야 해요. 마치 컴퓨터에 하나하나 공식처럼 정해진 것을 입력해야 정확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과 같달까요. 이해를 하고 몸에 체득해야 다음 단계, 다음 기술을 배울 수 있어요. 뭐든 처음 기본기 다지는 게 어렵잖아요. 그다음은 진도를 술술 나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론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체육관에서 각 무술 기술별로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은 후 추가적으로 이론을 더 공부했어요. 과거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양인 최초 헤비급 올림픽 출전 선수이셨던 <최양선> 선생님도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았고요. 복싱의 한 획을 그으신 분께 세세한 이론을 배운 거죠. 그냥 동작의 겉모양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안이 튼튼해야 하는데 그거는 디테일에서 오는 거거든요.
물론 제가 이론을 중요하게 여긴다 해서 뭔가 지겨운 수업을 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학생과 일대일로 같이 할 수 있는 게임도 많이 만들어서 놀듯이 수업하고요. 첫 기초 트레이닝인 미트 치기도 재미있는 놀이로 만들곤 해요. 아무래도 종합격투기가 점수 따기 시합이 있는 '게임'이니까 재미있게 훈련할 수 있거든요. 한 점 내기 위해 열심히 뛰다 보면 살도 저절로 빠지고요. 실제 저랑 수업하고 11킬로그램이 쑥 빠지신 분도 계세요.
끈기는 제가 만들어드려야죠. 학생분들이 필요한 건 호기심, 그거 하나에요. "종합격투기? 그게 뭐지?"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거죠. 일단 관심만 가진다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일단 저랑 상담하시면 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제가 만들어드리니까요. 그리고 배우시면 바로바로 실력 향상이 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스로 재미를 찾으시더라고요.
단련은 매일 하죠. 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7시까지 새벽 레슨 진행 후 체육관에 가서 잠시 쉬고 난 후 개인 오전 훈련을 해요. 보통 9시부터 11시까지 러닝도 하고 샌드백 치기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나서 점심 먹고 오후 3시부터 저녁 6시에는 선수들이 모여서 본 훈련을 해요. 보통 스파링, 기술 연습도 하고 선수촌에서 흔히 하는 힘든 기초 체력 운동도 하고요. 그다음 저녁 먹고 7시~8시까지 레슨하고, 8시 반부터 10시까지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 영상 모니터링도 하면서 추가 연습을 해요. 다양한 기술 연구도 하고요. 그리고 보통 귀가하면 11시에요.
빡빡한 일상이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즐겁게 하고 있어요. 새벽 레슨 하러 갈 때 피곤하기도 한데 수업 끝나고 나면 뿌듯하고, 적성에 잘 맞는다는 걸 느껴요.
개인적으로 힘든 건... 먹는 거. 식단 조절이 좀 힘들어요.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못 먹는 거요. 하하. 그 외에는, 종합격투기가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는 스포츠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모든 선수들이 짊어지는 그런 짐이 있긴 해요.
처음에는 멋있어서 시작했던 운동이지만 지금은 동양인 중량급 선수로서 다른 나라의 강한 선수들이랑 많이 싸워보고 강함도 증명하고 승리도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종합격투기 하면서 생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어내는 것, 제 소박한 꿈이에요.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