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닭고기와 달걀은 우리만 먹는 게 아니었다. 밤마다 고양이 밥 주러 다니는 이 집사님.
산책하는데 우리 뒤를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녔던 아기 고양이. 호기심도 많아 이곳저곳 살피고, 난간을 뛰어오르려다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지기도 한다. 사뿐사뿐 걷고 경쾌하게 뛰는 게 귀엽다. 남편은 나중에 고양이나 강아지를 꼭 키우고 싶어 하는데 나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 밤 만난 고양이라면 이야가 다르다.야옹 거리는 소리가 '미용' 혹은 '미영' 하는 것 같아서 '미영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남자인 줄도 모르고;;
용돈 통장에 일곱 자릿수를 보면 마음이 그렇게 든든하다더니 요즘은 여섯 자리에서 다시 올라올 생각을 안 한다. 고양이 밥 주러 다니고, 바깥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세종대왕과 신사임당을 주고 오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얼굴도 본 적 없는 누군가가 아프다는 말에 병원, 약국, 점심까지 사주고 용돈도 주고 왔다고.
50원이라도 비싸면 사러 갔던 우유도 안사는 짠돌이 남편, 춥다고 하면 보일러를 틀어주는 게 아니라 빨간 목장갑을 던져준다. 철봉에 매달려 운동하면 하나도 안 춥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