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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화동오로라 Dec 03. 2023

운전면허 도전기

나 말고 남편


남편과 11년 연애했고 5년 차 부부이다. 16년 동안 남편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20대 초에는 스쿠터 , 20대 후반에는 250cc,  30대에는 750cc


 오토바이는 이동이 편리하고 주차가 쉽다는 게 장점이다. 위험하다는 게 단점이지만 그간 남편이 안전하게 다녔고 운이 좋아 다행히 작은 사고 한번 난적 없다. 위험한 것보다 오토바이 최악의 단점은 여름과 겨울의 계절을 고스란히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뙤약볕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고 겨울이면 맹추위를 견뎌야 한다. 여름이면 하얀 남편의 팔은  빨갛게 익고 이내 까맣게 변한다. 햇빛 때문인데 화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영하의 날씨에도 우리는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오토바이를 타는데  겨울의 추위와 오토바이를 타면서 온몸으로 맞는 바람까지 더해 무릎이 시리고 살갗이 따갑다. 겨울에 타는 오토바이가 너무 추우니까 오토바이에서 잠깐 내리면 영하 10도 추위가 하나도 안 춥게 느껴질 정도다. 


 둘이서 살고 있고, 오토바이는 유지비용도 저렴하고 이동과 주차가 편하다.  그간 자동차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남편은 이번 겨울부터 더는 오토바이에 나를 태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동차 면허를 따기로 결심했고 학원을 등록하면 되는데 80-90만 원이나 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오토바이로 그간 운전을 해왔으니 자동차의 기능만 익히면 된다며 유튜브를 보며 책상에 앉아 허공으로 핸들과 기어를 작동한다. (What?)  그리고 동네에 있는 실내 운전면허 연습장을 5시간 등록했다. 사장님은 5시간으로 면허 따는 건 어렵다며 10시간이나 한 달 무제한을 제안해 주셨지만 1시간씩 추가하면 된다며 결국 5시간 13만 원만 결제했다.

 일주일 동안 5시간의 연습이 끝났고, 집 책상에서 허공에 핸들과 기어 작동 연습과 유튜브로 배운 경험들을 살려 남편은 곧장 면허시험장으로 갔다.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다음날 기능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기능시험 당일 남편은 7이라는 번호표를 받았는데 앞에 시험자들이 주차에서 줄줄이 떨어진다. 자꾸 떨어지는 시험자들을 보니 차례가 가까울 때마다 긴장이 되어 남편은 먼 산만 바라보았다고 했다. 드디어 남편 차례, 시험 인데 자동차에 처음 앉아보는 셈이다. 실내 연습장에서의 감각과 자동차의 감각이 많이 달랐지만 곧 적응했고 난관이었던 주차도 한 번에 통과되어 결과는 95점으로 합격했다. 출발할 때 깜빡이를 켜지 않아서 5점이 깎였는데 다시 한번 시험을 봐서 100점을 받아 와야겠다는 여유까지 부렸다. 


 마지막 관문, 도로주행이 남아있다. 도로에 나가는 걸 많이들 무서워한다는데 서울, 그것도 종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으로 잔뼈가 굵은 남편은 오히려 도로주행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러 시험장 고심끝에 강서 시험장으로 정했고 유튜브로 4가지 코스를 미리 다 섭렵하고 거리뷰 지도로도 꼼꼼하게 공부한다.  심지어 오토바이로 코스들을 몇 번이나 돌고 왔다.  그럼에도 자동차로 처음 나가는 도로라 핸들이 오른쪽 왼쪽 자꾸 흔들렸고 손에 땀이 많이나서 핸들에 자꾸 미끄러졌다고 했다. 깐깐한 감독님이였는데 다행히 결격 사유없이 도로주행을 완주하고 합격했다. 감독관님은 합격을 주시면서도 '핸들이 불안하다 운전연습 많이 하셔야 한다'라고 했다. 남편은 '당연하죠. 저 자동차에 두 번째 앉아 봤어요'라는 말이 하고 싶었지만 합격이 취소될까 '네 알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만 했다고. 


 도로시험 당일 날 남편은 내게 필기, 기능, 도로주행 합격도장이 3개 찍힌 사진을 보내주었다.  13만 원에 면허를 딴 셈이다. 나는 재수 삼수까지 해서 대학을 갔는데 남편은 평생 지금까지 많은 시험에서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시험만 보면 늘 합격이다.  대단한 시험들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단 한번도 불합격을 경험한 적이 없는 남편이 나는 대단하고 신기하다.


11월 14일 필기 합격

11월 15일 기능 합격

11월 20일 도로주행 합격

11월 21일 자동차 구매 


 월요일에 도로주행으로 면허를 따고 그다음 날 남편은 바로 자동차를 사러 갔다. 이제 막 운전을 익혔는데 까먹으면 안 되니 바로 차를 사서 운전해봐야 한다며. 자동차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새 차를 사야 할지 중고차를 사야 할지 승용차를 사야 할지 SUV를 사야 할지. 첫차이니 중고를 사는 걸로 결정했고 나는  SUV,  남편은 승용차를 사고 싶다고 했다. 남편이 운전할 거고 남편 자동차니 중고 승용차로 선택을 좁혔고 폐차직전 겨우 굴러가는 차 말고 짱짱한 중고차로 결정했다. 


남편이 고른 차는 2017년식 중형 승용차, 4만 킬로 주행, 풀옵션의 하얀색 차량이다. 천만 원 중반대. 

빚내는 걸 싫어하는 남편은 카드할부보다 현금입금을 택했다. 우리가 집도 없고 빚도 없는 이유다. 

지금 타고 있는 남편의 오토바이도 천만 원이었는데 현금으로 샀다.  빚내서 집도 차도 잘도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며 가끔 불만이 있다가도 우리 경제 수준에 맞게 살자는 남편 말에 따르게 된다. 지나 보면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다. 


 



 남편은 차를 계약하고 차를 끌고 부천에서 혜화동까지 오는데 걱정이 앞서 초보운전 종이를 오른쪽 왼쪽 두 장이나 붙여서 왔다고 했다. 누가 봐도 초보인걸 알 수 있게, 도로 위 운전자들에게 잘 좀 부탁한다는 의미를 담아. 남편의 바람대로 많은 자동차들이 배려해 주고 도와주어 안전하게 집까지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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