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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화동오로라 Jun 01. 2024

소비하지 않는 즐거움

올해부터 소비통제를 시작했다.


돈 아껴 쓰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재테크 책을 읽으며 '소비통제'라는 말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우리 가족에게 필요하다 생각되어 시작했다. 생활비 카드가 보통 120-130만 원 정도 나오는데  90만 원으로  정했다. (외식, 주유비 포함!)


 월 말이 되면 조금 빠듯해서 냉장고 파먹기를 하기도 하고 용돈(각각 30만 원)으로 서로 사주기도 한다.  남편은 '그래도 내가 남잔데 내 여자 밥은 내가 사준다'며  외식할 때  용돈카드를 자꾸만 꺼낸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내 용돈카드로 외식한 적이 없다.  생활비에서 당연하게 써왔던 것들이 남편 용돈카드로 결제를 하니 웃기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남편은 옷과 운동화를 좋아한다. 운동화를 살 때마다 내 것도 같이 사 온다. 나는 운동화에 별 관심이 없는데도 남편 덕분에 상자 째로 있는 운동화가 4-5켤레나 된다. 가격이 괜찮다, 디자인이 괜찮다, 기능이 괜찮다, 발이 편해야 한다, 등의 이유로 자꾸만 쌓인다. 저걸 언제 다 신지? 버거운 마음이 들다가도 차곡히 쌓인 상자를 보며 남편의 마음이 쌓인 것 같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소비통제 이후, 남편의  옷과 운동화 소비가 줄었다. 그럼에도 운동화를 또 사 오는데  '용돈으로 사 왔어'라며 건넨다.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받는다.


소비통제로 당연히 생활비가 절약되니

돈을 아낀다는 장점이 있고, 빠듯할 때 서로의 용돈으로 근근이 이어가는 재미와 고마움이 있다.

작년까지 쓰는 대로 썼고, 쓸만하니까 썼겠지 하며 한 달 한 달을 그저 그렇게 보냈다.

소비통제 후 월말에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기도 하지만

새로운 한 달에 괜한 기분 좋음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는데 6월의 첫날인 게 기분을 좋게 했고 남편과 나는 고삐가 풀어진 망아지처럼 점심은 외식을 했고 오후에 쇼핑을 나섰다. 세일기간이니 남편이 한번 구경하러 가자고 했는데 정작  옷만 잔뜩 사 왔다. 작년이었다면 생활비 카드로 결제를 했을 텐데 남편은 내 카드로 결제하라며 한발  물러선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생활비를 아끼려고 하는 남편의 노력에 웃으며 결제했다.


 한동안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이었다. 나는 그동안 먹고 싶으면 먹고, 가고 싶으면 가고, 사고 싶으면 다 샀다. (먹고 싶은 것은 간식이나 커피 한 잔, 가고 싶은 곳은  카페나 서점, 사고 싶었던 것은 그래봤자 문구류이다.) 매일 가는 카페도 지겹고 문방구 쇼핑도 시들했던 차,  무지출을 따라 해 보았다. 간식 사 먹지 않고 집에서 챙겨 오기, 평일에 카페가지 않고 텀블러에 커피 타서 다니기.

일주일에 딱 한번, 주말에 카페를 가거나 서점에 간다. 카페에서 시간과  맛있는 커피가 소중해졌다.





소비통제는 '소비하지 않는 즐거움' 뿐 아니라 '소비의 즐거움'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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