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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김 Nov 04. 2019

담배

5 Juli 2019 @ 섬

담배란 무엇인가. 

위키백과에 따르면 담배는 기호식품이며, 담뱃잎을 주재료로 해 만들어진 흡연제품이다. 마야인과 아즈텍 문명 시절부터 존재해왔던 담배는 그 유명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후에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보급되었으며 크림전쟁을 기점으로 군대에서 배급되기 시작하면서 세계 1,2차 세계전쟁 때 널리 퍼졌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해 필리핀으로 전해지기 시작했으며, 정확하지는 않으나 한국에는 조선시대 광해군 때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회의를 주관하던 정전에 대신들이 피우던 담배연기가 자욱하자 화가 난 광해군이 자기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자들은 모두 죽이겠노라고 선포한 것이 민간으로 퍼져 지금의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예의가 아니라는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설도 있다. 아마도 광해군은 흡연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담배에 대해 탐탁치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광해군 뿐만이 아니었다. 영국의 제임세 1세는 최초로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영국 최초로 담배를 피웠던 사람 또한 그에게 참수당했다고 한다. 오스만 제국의 무라드 4세는 무려 흡연자 3만 명의 목을 베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그는 거지분장을 하고 몰래 돌아다니면서 흡연자들을 적발해냈다고 하니 담배를 그냥 싫어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증오했었던 것 같다. 

17세기 독일에서도 원래 공공장소에서 흡연은 법으로 금지되어 만약 흡연을 하면 재판을 받고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는데, 프랑스 혁명 이후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성난 민중들을 달래기도 했으니, 이 모습은 흡사 2015년 프랑스 대통령이 금연정책을 추진했을 때 엄청난 대중들의 시위와 반발이 일어났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담배란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죽일 정도의 화를 내게 하고, 또한 화를 가라앉히게 하는 걸까. 


1990 년부터 2015 년까지 195 개 국가와 지역에서 흡연자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약 1/6을 차지하는 거의 10억명이 매일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한다. 국제보건기구 WHO는 현재 남자는 세계인구의 47%, 여자는 12%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가 가장 많은 흡연자를 기록하고 있고, 여성흡연자는 미국, 중국, 인도가 가장 많다고 한다. 


여기에서 나는 0.1%에 속하는 몇 안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 심지어는 입에 물어본 적도 없다. 담배 냄새는 많이 맡아봤지만, 아무튼 담배란 것이 내 몸에 닿은 적은 공기 중에서 외에는 없다는 이야기다. 왜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물론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담배란... 자전거타고 지나가던 길가에 있던 돌멩이 같은 것? 언젠가 지하철 건너편에 앉았던 사람의 발밑에 붙어있던, 어떤 형태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껌자국 같은 것? 혹은 친척 할아버지가 드시던 은단 같은 것? 하다 못해 은단은 호기심에 한알 먹어보기라도 했었지, 담배에는 호기심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나에게 담배란 무관심, 그 자체이다. 

그러다보니 담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이 글을 쓰기 전에 검색을 해봤다. 그리고 위와 같은 정보들을 거의 긁어왔다. 물론 이 정보들 자체는 흥미로웠다. 하지만 담배 자체에는 역시 별로 관심이 생기질 않는다. 왜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왜 관심이 없냐고 물으면 글쎄 그냥 관심이 없으니까? 하는 거랑 똑같은 거다. 

물론 백해무익이라든가,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든가 하는 건강에 대한 문제도 분명히 있긴 하겠다. 나는 건강하게 살고 싶으니까. 딱히 술처럼 맛있을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담배의 향은 영 별로다. 오히려 나에게는 대마의 향이나 생선 비린내가 더 낫게 느껴진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다들 주변에 피는 사람이 별로 없었나보지, 라고 하는데 사실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나의 단짝이었던 친구들은 다 흡연자였다. 심지어 대학교 때 같이 살던 룸메이트는 하루에 한 갑은 그냥 기본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골초였다. 남자친구가 흡연자였던 적도 거의 없었고, 내 앞에서 피웠던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내가 전혀 관심이 없으니 그들도 권하지 않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주변에 흡연자가 많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내 기준에서는 왠지 흡연자가 점점 줄어가는 느낌이었는데, 흡연자 비율과 담배 소비율의 통계를 보니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냥 지구 반대편 뉴스보는 느낌이랄까. 


요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담배를 사려면 신분증을 제시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만 아직까지 제한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11개월, 18개월쯤 될 때부터 담배를 피우는 어린 남자아이들의 흡연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 말인즉슨, 18세건 19세건 성인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주로 부자들만이 구입할 수 있었던 담배가 현재는 성인으로서의 자유와 욕망, 그리고 일탈의 상징이 되고 있다. 

어쩌면 기나긴 역사 속에서 담배는 금지와 허용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줄타기를 해왔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살아남아온 것이 아닐까. 인간이란, 금지된 것이 있다면 또 어떻게든 해보고 싶은 욕망을 가진 동물이 아닌가. 엄벌에 처해지고, 목을 베이더라도 포기하지 못할 정도로, 담배 자체의 유혹은 엄청난 것인가? 아니면 강력하게 금지될수록 해보고 싶은 욕망, 감시를 피해 몰래 해낸 뒤에 느끼는 짜릿한 일탈감, 마침내 금지에서 벗어나 내가 즐기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해방감 같은 것들이 지금까지 담배를 있게 한 것들일까?

점점 많은 국가들에서 담뱃값을 매해 인상시키고, 담배갑 디자인을 금지하며 경고문구를 담도록 하고 있다. 비록 오늘날에는 담배를 핀다고 목이 잘리진 않겠지만, 흡연구역 또한 점점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인간이 지구상에 살아있는 한 담배 역시 계속 존재하겠지. 아, 이 글은 금연을 권장하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 뭐, 그런다고 없던 관심이 생기진 않을 것 같으니 아무래도 나랑은 상관없지만. 





- 참고출처 -

https://namu.wiki/w/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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