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itel Zwei, 인생의 2막

Chapter TWO, 새로운 시작

by 숨김

내일이면 드디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다. 아침 9시까지 포츠담에 가야하기 때문에 집에서 아무리 늦어도 8시에는 나가야 하고,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장소로 가려면 거의 7시엔 일어나야 한다. 지난 일주일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보려 했지만 개강 전 마지막 자유(게으름)를 만끽하느라 실패했다. 학기 중엔 제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할텐데... 야행성 올빼미형으로서 진지하게 걱정이 된다.


벌써 이 곳, 베를린에 온지도 2년이 다 되어 간다. 워홀비자로 와서 어학원에 다니며 독일어를 배우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몇 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의 집으로 들어와 다사다난한 경험들을 하고, 유준비자로 변경 후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학교에 원서들을 넣고, 면접들을 보고 마침내 합격하기까지... 이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지금 현재의 기분은 약간 겁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지난 1년간 이 시작을 위해 달려왔건만 어째 벌써부터 지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얼마 전 다녀온 한국에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말했지만, 이 곳에서의 지난 시간은(특히 독일어를 배웠던 기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만 같았고 드디어 저 멀리 희미하게만 보였던 터널의 끝에 도달했다는 것에 스스로 성취감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긴 터널이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여전히 나는 독일어가 어렵고, 3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된데다, 유학생으로서 만만치 않을 학교생활과 동시에 앞으로의 생활을 위한 경제적인 독립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아마도 한국에서 보낸 지금까지의 내 인생의 몇 배는 힘든 시기가 될 거라 예상한다. 생각만으로도 긴장되면서도 또한 궁금해졌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1-2년의 학교생활을 마치고 난 후의 나 자신은 과연 얼마나 성장해있을까. 앞으로 내가 겪게 될 독일에서의 인생의 2막은 과연 어떤 삶의 모습이 될 것인가.


그래서 브런치에 새로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부터 그날 그날을 브런치에 기록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모든 일들이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고,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나는 작아지고 쪼그라 들어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느라 왠지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물론 이것도 다 핑계이고, 사실 나는 독일에 오기 전부터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정보들을 수집해서 온 덕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비교적 쉽게 정착한 편이지만, 워낙 처음 겪는 일들로 당황스러운 시기였고 독일 생활 초반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뭔가에 대해 글을 쓸 용기 자체가 나질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만약 내가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면 반드시, 매일매일은 아니어도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은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물론 아직 충분하지 않은 독일어와 학교생활만으로도 벅차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차 안에서 한 시간씩이라도 독일에서의 학교 생활에 대해 써보려 한다. 아마도 당분간은 익숙해지느라 정신이 없어서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 되겠지만, 차후에는 학교 생활뿐만 아니라 내가 독일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독일어를 어떻게 배웠고 공부하는지, 유학 준비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천천히 써볼 예정이다.


이 글의 다음 글이 학기 끝나고 이후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은 여기까지. Tschü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