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똥 크리스마스!

#17 진실 혹은 거짓_바르셀로나의 똥 크리스마스

by 들숨날숨
진실 혹은 거짓
바르셀로나의 메리 똥 싸는 크리스마스!


2018년 바르셀로나의 겨울, 똥을 싸고 있는 메시, 트럼프, 그리고 오바마. 그 셋은 엉덩이를 까고 시원하게 똥을 싸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앵두, 복숭아, 혹은 햇밤같이 탐스러운 엉덩이 사이로 황갈색의 똥이 세 번 회전해서 성공적인 아이스크림 모양을 만들어 내었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똥을 사려 돈을 흔들어 댔다. 다행히 날씨가 추워서 냄새는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Caganer - 위키피디아

"지금 제가 뭘 보고 있는 거죠?"

"크리스마스 마켓이요." 바르셀로나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답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2세, 마이클 잭슨, 스파이더맨 등 정재계, 스포츠계, 연예계를 가리지 않고 유명세를 얻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똥을 싸고 있는 광경에 내가 대신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정말 속이려고 작정했는지 "Es la Fira de Santa Llúcia."(피라 데 산타루치아, 바르셀로나 최대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한 번 더 짚어주었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넘어가겠네."

유명인들이 똥을 싸고 있는 게 크리스마스고, 산타클로스는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이 남자.

그 어이없음에 잠시 뒤로 넘어갈 뻔했지만, 혹시나 해서 뒤를 받치고 있던 바르셀로나가 성공적으로 잡아냈다.

Papá Noel


"진짜 그만하세요. 제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요?"

"그럼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메시가 똥 싸는 건 그렇다고 쳐요. 산타클로스는 너무 갔잖아요. 스페인어로 산타클로스가 Papá Noel(파파 노엘)인 것도 모를까 봐요?"

"그게... Papá Noel이 스페인 아이들한테 선물을 주긴 하는데, 카탈루냐 지방은 지나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왜 말이 안돼요. 지나칠 수도 있지. 한국 급행 지하철에서 중간 역들은 막 지나친다면서요. 왜 말이 안돼요."

"그럼 카탈루냐 지방 아이들은 누가 챙겨요. 부모님이 나와서 "얘야. 이 세상에 산타 같은 건 없단다. 어서 빨리 그런 꿈 깨고, 네 인생 혼자서 열심히 살거라."라고 하나요?"

"뭐 이게 그렇게까지 동심이 깨질 일인가요?"

"산타클로스가 자기 집은 지나친다는데, 동심이 안 깨지고 배겨요? 저였으면 지금 당장 따졌어요."

빙글빙글 미소를 짓던 바르셀로나는 비로소 진실을 밝히려는지 목소리를 낮췄다.

"이리로 와봐요. 사실 비밀이 있는데..."




귀를 쫑긋하고 바르셀로나의 비밀을 듣던 나는 어느새 팔꿈치로 바르셀로나의 명치를 조준하고 있었다.

"똥똥똥! 진짜 장난해요?"

"아니. 왜 못 믿지? 눈 딱 감고 한 번 믿어봐요."

"당신 같으면 똥 싸는 통나무가 선물을 준다는데 믿겠냐고요. 그냥 통나무도 아니고. 똥 싸는 통나무? 제발 속이려면 거짓말도 조금 성의 있게 해 줘요."

"왜 말이 안 되죠? 당신도 똥을 싸잖아요."

"제발. 똥 얘기 좀 그만 하면 안돼요? 이제 재미도 없고 입맛은 더 없어요."

"똥을 똥이라고 말을 못하면 그게 당신 나라 홍길동이랑 뭐가 달라요?"

이제 말을 하기도 귀찮아진 나머지, 계속해보라는 손짓을 했다.


Caga Tió - 위키피디아

"자 들어봐요. 이름은 Caga Tió, 까가 띠오로 읽어요."

나도 모르게 까가 띠오를 되뇌이고 있었다. 까가 띠오. 까가 띠오. 까가 띠오.

"맞아요. 까가 띠오. 까가 띠오는 말 그대로 똥 싸는 통나무예요. 째려보지 말고, 한 번 그냥 들어봐요. 똥을 싸면 뭐가 좋을까요?"

"시원해요."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바르셀로나의 말에 단단히 말려든 것 같았다.

"그렇죠. 시원해요. 싸는 사람은 시원하게 덜어내고, 그 똥은 곧 거름이 됩니다. 그 거름을 품은 땅에서는 얼마나 작물들이 잘 자라겠어요. 자 정리하면 똥은 곧 풍요고, 번영이며, 다산인 거예요. 선순환 그 자체죠. 산타클로스에 버금갈 만도 하죠?"


어이없는 논리에 말문이 막혔지만, 바르셀로나는 이를 동의의 침묵으로 착각한 듯했다.

"자 생각해봐요. 뭐 지금 갖고 싶은 거 있어요?"

나도 모르게 한 글자가 툭 뱉어졌다. "돈."

"자. 누가 돈을 똥처럼 푸드덕 싸줘요. 기분이 어때요?"

욕을 이어서 뱉으려는 순간, "안가질 거예요?" 라는 질문에, "가질 거예요." 가 대신 이어졌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아이들은 12월부터 Caga Tió를 돌봐요."

"통나무를 돌본다고요?"
"그냥 통나무가 아니에요. Caga Tió는 아주 귀여운 통나무거든요. 땡그란 눈에 빨간 모자를 쓰고 있어요. 저기 보이죠?"

똥 싸는 메시와 오바마 옆에 빨간 모자를 쓴 통나무가 자리한 것을 보고, 진실이든 거짓이든 바르셀로나의 준비성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에 Caga Tió는 선물을 똥처럼 싸줄 거예요. 그런 귀인이니, 바르셀로나 아이들은 정성 어린 마음으로 Caga Tió를 돌봐요. 통나무가 든든하도록 먹이기도 하고, 추운 겨울이니 담요를 덮어주기도 해요. 그러고서는 이제 크리스마스가 오면 막대기를 갖고 와서 때려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느낀 감동은 이내 깨졌다. "잘 돌봐놓고서는 갑자기 때린다고요?"

"이해 못할 수도 있는데, 그냥 받아들여요. 그래야 똥을 싸거든요."

Caga Tió - 구글


정성스레 쌓아온 바르셀로나의 기적의 논리의 끝은 꽤나 미심 쩍었다.

이를 눈치챘는지, 바르셀로나는 서둘러 입에 무언가를 넣어준다.

Turrón (뚜론, 땅콩, 아몬드, 마카다미아 등에 꿀을 넣어 굳힌 캐러멜 과자로 누가(Nougat)의 일종)이다. "똥으로 이걸 싸면, 꽤나 괜찮은 친구 아닐까요? 메리 똥 크리스마스!"


똥 싸는 유명인(Caganer, 까가네르)에 이어,
산타클로스 대신 똥 싸는 통나무(Caga Tió)가 가득하다는
바르셀로나의 크리스마스,
과연 진실 혹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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