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파리의 첫인상
그런 게 있다. 남들 다 잘생겼다고 하는데 정말 내 취향이 아닐 때.
드라마가 아닌 이상, 그럴 땐 보통 '그와 그녀는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나면서 영원히 3인칭으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서로 취향인 사람들끼리 행복하게 잘 살면 되는 거니까. 서로를 예쁘게 봐주는 콩깍지를 타고난 건데, 얼마나 큰 행운인가. 크게 싸우지 않고, 친구들에게 힘들다고 전화를 붙잡고 있지 않고. 여러 모로 아주 좋은 경우다.
그런데 그와 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빨간 실이 묶여있었다.
그렇게 잘생겼다고, 매력 있다고 칭찬을 입이 마를 정도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얄궂게도 전혀 관심이 없던 나와 파리가 엮인 건.
다른 테이블의 음식이 잘못 나온 것 같을 때, 다른 소개팅의 남자가 자리를 헷갈린 것 같을 때.
만약 예상 밖의 것이 마음에 들었다면, 나는 짐짓 모른 체했을 수도 있다.
'저기, 음식이 잘못 나온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하는 건, 어찌 보면 예상과 많이 달라서만이 아니라, '제발 여기에는 오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파리는 바르셀로나와 연애할 때 처음 만났다. 파리가 궁금했던 건 아니고, 디즈니랜드가 궁금했다. 뭐, 디즈니랜드가 파리의 한 부분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만 디즈니랜드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그저 취향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도쿄의 디즈니씨가 더 마음에 들었다. 디즈니랜드 빼고 말하자면...
파리는 싸우고 있었다.
노란 조끼 시위였는데, 2박 3일 여행 온 외국인에게 시위의 의미가 와 닿기란 쉽지 않았다.
그저 통행이 막혀있고, 몇 시간을 걸어가야 한다는 불편을 의미할 뿐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빵이 엄청 맛있긴 하지만 굳이 다시 올 일은 없겠다.
그 생각이 문제였을 수 있다. 감히 앞날을 재단해버린 내게 파리는 다시 찾아왔다.
네가 그렇게 일하고 싶어 하는 OECD 본부는 파리에 있다고.
너한테 그렇게 매력적인 OECD 본부는 파리의 한 부분이라고.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네가 다시는 볼 일 없다고 생각한 파리라고.
그렇게 만났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