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일을 하다 심장이 멈춰버리면요?

#18 파리가 서울에게_먹고살기 위함의 미덕

by 들숨날숨
서울: 무릇, 가슴 뛰는 일을 하라.
파리: 가슴 뛰는 일을 하다 심장이 멈추면요?


1. 당신, 일을 왜 하시나요?

"자아실현"이라고 서울이 답합니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고 말하면 천박해 보일 수도 있으니깐요.

하지만 서울은 오늘 아침에 포근한 이불속에서 눈을 뜨며 생각했습니다. "일하기 싫다."

서울은 그래도 외투를 여며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포근했던 집의 월세 내는 날이 내일이더라구요.


2. 과연 그 일은 누구의 일일까요?

서울은 파리에게 업무차 메일을 보냅니다. 웬일로 파리가 회신 메일을 1분 만에 보내는군요?

무슨 일일까요? 아. 지금 휴가 기간이니 한 달 뒤에나 메일을 보내겠다는 자동 메일이네요.

이 나라, 바캉스 기간입니다. 좋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참 책임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한 달 뒤에 서울은 파리에게 메일을 다시 보냈을까요?

"프랑스 협업 건은 안됐지만 상부 지시로 중단시켜야 할 것 같아."

서울은 곧장 친구들과 매운 닭발에 소주 약속을 잡습니다.

역시 닭발은 서울을 실망시키지 않네요. 서울은 오늘 저녁으로 닭발을 선택한 자신이 아주 뿌듯합니다.


3. 먹고살기 위한 일에는 끈기가 없나요?

어제 서울의 한 친구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친구는 이제 이 일이 지겨워졌다고 했습니다.

10년이나 일했는데 아직도 이 일이 재밌냐는 친구의 물음에, 서울은 아주 그렇다고 답합니다.

사실 어떨 때는 좋고, 어떨 때는 별로지만, 어제 맛있게 먹은 식당의 영수증이 신경 쓰입니다.

곧 딸의 생일이기도 하네요.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


동굴이 익숙지 않던 한 달,

동굴이 불편하던 한 달,

동굴이 편해진 한 달,

백일 정도 지나서야 서울은 동굴에 편해질 수 있었고, 그건 비로소 서울이 사람이 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백일 전 서울은 빛을 안 보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빛이 진 밤은 무서웠고, 어떨 때는 어둠 속에서도 빛이 보이는 듯한 환상이 보였습니다.

빛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빛을 받지 않을 때도 그 두근거림은 오래 지속됐습니다.

조금은 아플 만치, 보이지 않는 그 두근거림은 점차 빨라졌습니다.


그로부터 백일, 서울은 이제 어스름을 반깁니다.

잦아드는 어둠 속 심장은 천천히 뛰고, 서울은 이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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