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러스를 츄앙하다.

#24 츄러스꼰초콜라떼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by 들숨날숨
어떤 단어가
입술을 모아 이 사이로 살짝 바람을 통과시키면서 터뜨리고,
윗니와 입천장에 혀 끝을 도로록 굴리고,
혀 끝으로 살짝 고갯짓을 한다면

그 혀 끝에 나는 바로 쌉싸름한 다크 초콜라떼를 목구멍이 델 정도로 들이켠 후 갓 튀겨낸 츄러스를 베어물겠다.


#1.

여기서 츄러스는 츄로스 꼰 초콜라떼를 일컫는다.

츄로스 꼰 초콜라떼는 어쩜 발음도 츄로스 꼰 초콜라떼다. 어떻게 처음부터 입술을 모아 츄라고 할 생각을 했을까. 그 뒤엔 rr이 붙어 혀를 굴려버린다.

입술을 모은 후에 혀를 굴려버리는 건 분명한 유혹이다. 이렇게 츄로스의 발음은 꽤나 덥다가도, 그 뒤의 초콜라떼는 힘을 푼 채 서늘하다.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여름밤이다.


#2.

발길이 닫는 곳곳이 온통 츄러스다.

아니. 일부러 먼 곳까지 장을 보러온 건 나지만, 어쨌든 내 앞엔 츄러스가 있다.

설령 길을 잃어도 그 앞에는 츄러스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어도, 휴대폰이 꺼져있어도 츄러스는 튀겨지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아이의 손을 붙잡고 기다리는 모습은 오히려 내가 찾던 곳임을 알려준다.

은색 기름통에 휘휘 저어지고 있는 츄러스를 보고 있자면 나의 지도는 점차 선명해진다.



#3.

왈칵 초콜라떼를 목구멍에 채워 넣을 때 나는 가득찬다. 갓 나온 초콜라떼는 섭씨 65도에 닿고난 후다. 입 안 가득 머금은 초콜라떼에 난 뜨거운 생채기는 오히려 내가 초콜라떼를 만났음을 증명해준다.


#4.

사람을 자꾸만 기대하게 만든다.

양뿔 모양의 츄러스도 있고, 원통형의 뽀라(Porra)도 있다. 헤이즐넛 향의 초콜라떼도 있고, 우유 맛이 강한 초콜라떼도 있고,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한 초콜라떼도 있다.

츄러스를 먹으면 바삭하다가도 뽀라를 먹으면 쫄깃하다. 둘 다 먹으면 행복하다.

꾸덕하고 쌉싸름한 초콜라떼를 만나면 바삭한 것도, 쫄깃한 것도 그것 그대로 좋다.

분명 그저 밀가루와 나무 열매인데, 각각은 다 다르고, 둘은 만나면서 더욱 고유해진다.

감히 기대할 수 없다는 기대는 사람을 설레게 하고, 단 4유로로 온 세상을 만난다.


#5.

어떤 이에게 러브레터는 과해보일 수 있지만, 츄러스에게 사랑이라는 말은 참으로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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