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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Mar 20. 2023

저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을 써주세요

[숨GPT] 세 번째 의뢰 -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

[숨GPT] 세 번째 의뢰.  
저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을 써주세요
- 투자자 심짜오 -

...

의뢰하신 글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닌
오스트리아행 비행기를 예약했음을 알기 전까지는.
•••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행봉을 찾아다녔다든가, 행벅을 찾아다녔다든가, 복행을 찾아다녔다든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심호준 씨는 지금 행복했다.

소설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 작가: 김수민 / 투자: 심짜오


오늘 행운의 색: 오렌지.


“요즘은 인천에도 제주로 가는 비행기가 있나?”


인천공항에 있던 사람들은 심호준 씨가 오늘 제주도에 간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 산 듯한 감귤 모자에 주황색 상의와 주황색 하의. 어디서 샀나 궁금할 정도인 주황색 운동화까지. 공항 검색대의 엑스레이가 색깔은 보여주지 않아 망정이지, 그의 속옷도 주황색이다. 행운의 사나이 심호준 씨가 만일 제주도를 가는 거였다면,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착각한 어마어마한 불행이었겠지만, 그는 오늘 호주로 떠난다. 음하하!


이십 년지기 친구들과 다 같이 서른 살 맞이 우정 여행을 가기로 한 심호준 씨. 공항에서 친구들이 하나씩 걸어 들어오자, 공항 파파라치샷부터 들어간다.


“자 제니씨. 여기 좀 봐주세요. 손 흔들어주세요.”

호준 씨가 플래시를 왕창 터뜨리자 친구들은 하나씩 화답한다.

내가 바로 제니다, 도도한 표정으로 컷뜨!

내가 바로 민지다, 순수한 표정으로 컷뜨!

내가 바로 호준이다, 감귤 모자에 키-스!

남자들끼리 오글거리는 하-뚜 포즈!


심호준 씨는 얼굴을 한껏 구겨보고 친구들과 치덕댄다. 알지 않는가. 그들끼리는 좋아서 하하호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세라 그들의 쪽이 팔릴세라를 담은 히히를 하지만, 사실 쪽은 팔리지도 않고, 사람들도 그들에게 큰 관심은 없는 그런 상황. 좋을 때다 정도? 심호준 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의 해맑음과 그들의 끈끈한 우정을 기록하는 사진들.




하지만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비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심호준 씨의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를 본 신장호 씨는 순간 속이 메슥거렸다. 인스타그램에서 신장호 씨와 심호준 씨는 서로를 팔로우하는 막역한 사이다. 현실세계에서도 그 둘은 같은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같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사이 있지 않은가. 묘하게 계속 보이는데, 그래서 친해져야 할 것만 같아 노력은 해봤는데, 결국 친해지지는 않는. 신장호 씨가 심호준 씨를 상장중학교에서 처음 보았을 때 느껴진 건 이질감이었지만, 시간이 그 둘을 자꾸만 같은 공간에 밀어넣은 결과, 이질감은 이물감으로 변해갔다.

사람들은 그들의 비슷한 발자취에 자꾸만 물어보았다. “호준이랑 친해?”

친하지 않다고 말하기에 물리적으로 너무 가까웠던 그들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밖에서 보면 웃으며 인사하고, 내일의 안부를 응원하지만, 안에서 보면 약간의 혐오로 넘기고, 인스타그램에 뜨는 오늘의 안부조차 궁금하지도 않았다. 거슬렸다. 신장호 씨는 심호준 씨를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아마 심호준 씨는 본인의 타고난 행복 바이러스, 긍정적인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사회에 의한 긍정성의 과잉일 뿐이라고. 현실을 도피하면서 체제에 순응하는 노예 같은 삶을 사는 심호준 씨.


그 순간 노예가 되어버린 심호준 씨는 그에겐 자연스러운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호준 씨의 행운의 신도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을 뿐이다. 체크인 카운터에 갈 때까지 그들에게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가 친구들과는 다른 행선지로 향하게 되었음을 알기 전까지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닌 오스트리아행 비행기를 예약했음을 알기 전까지는.


이런 우연이 있었을까. 물론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즉흥적으로 예약을 했다만, 물론 어렸을 적부터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가 헷갈렸다만, 물론 거의 비슷한 시간에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와 오스트레일리아행 비행기가 뜨기는 한다만••••••. 호준 씨의 입꼬리는 내려간 채, 행운의 신만이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었다. 낄낄낄.

아득했다. 그가 여태까지 친구들에게 받아놓은 여행지 추천, 맛집 추천. 예약해둔 숙소. 환전해둔 호주 달러. 비행기 표를 다시 끊기에는 이미 소진해버린 통장 잔고. 그의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던 쿼카와 코알라. 하지만 이게 누구인가. 심호준 씨 아닌가. 심호준 씨는 특유의 긍정의 힘으로 오스트리아행을 결정됐했다. 행복의 노예로서 순응하다 못해 즐기기로 했다. 긍정성의 과잉! 그렇게 감귤 총각은 오스트리아행 비행기를 혼자 탔다. 앗 물론 인스타그램에 그의 모험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쏟아지는 하트 속에는 신장호씨의 하트도 섞여 있었다. 신장호 씨는 질세라 이길세라 어제 친구들과 행복했던 모습의 사진을 올렸다. 신장호 씨에게도 하트들이 날라왔지만 그 중 심호준 씨의 하트는 없었다. 아쉽게도 심호준 씨는 신장호 씨의 인스타그램을 볼 여가가 없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서울산 오렌지가 하나 떨어졌다. 비행기에서 데구르르르. 인터넷이 오렌지에게 말하기를, 비엔나에서 유수의 음악가의 공연을 볼 수 있고, 벨베데레 궁전에서 구스타프 클림프의 키스를 볼 수 있으며, 인근 아울렛에서 명품도 싸게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렌지가 아주 약간의 계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가 갖고 있는 호주 달러는 값이 후려쳐지면서  유로로 바뀔 것이고, 통장 잔고 또한 그가 하루에 2만원 씩하는 다인용 게스트하우스만을 허락하고 있다고. 그를 받아줄 곳은 궁전이 아닌 길거리였다. 야심차게 심호준 씨는 비엔나 교통권을 끊고 시내로 나섰다.

멀리서 봐도 한국인처럼 옷입은 한국인들이 자허 커피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초콜릿 스폰지 케이크에 살구잼을 넣고 진한 초콜릿을 입혀 만들었다는 자허토르테(Sachertorte). 심호준 씨도 용모는 깨나 한국인이었지만 지갑이 한국인이 아니었다. 자허 커피를 지나쳐 길거리를 터덜터덜 걷다가 유럽 사람들만 묵는 듯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갔다. 철제로 삐걱이는 침대에 급작스러운 오스트리아행에 누적된 피로를 뉘였다. 한 대여섯 시간을 잤을까. 호준 씨는 이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빈털털이로 오스트리아를 만끽할 준비가. 호준 씨는 손으로 더듬더듬 충전되고 있는 휴대폰을 만졌다. 아니 만져지지 않았다. 용모가 한국인인 호준 씨가 최근에 장만한 휴대폰 아이폰14는 다른 사람 눈에도 값비싸 보였고, 탐이 났다. 그렇게 호준 씨는 정말 빈털털이로 오스트리아를 만끽할 준비가 되었다. 속이 쓰렸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잃어버렸고, 이미 오스트리아였다.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행봉을 찾아다녔다든가, 행벅을 찾아다녔다든가, 복행을 찾아다녔다든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심호준 씨는 지금 행복했다.


“강제 디지털 디톡스? 오히려 좋아! 홀가분한 나머지, 오늘도 행복할 거야 나는!”

이게 주문일지, 기도일지, 최면일지, 명령일지, 아무튼 인생에게 단단히 세뇌시켰다. 오늘도 행복하다. 이날 심호준 씨의 모든 행복은 비공개 상태로 진행되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



작가의 말

'발리를 갈까, 대만 타이페이를 갈까'라고 의뢰인이 올린 글을 보고 글을 처음부터 다시 썼습니다. 말 그대로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을 직역해서 써보고 싶었거든요.

우리가 행복이 아닌 행벅을 찾아다녀도 그 과정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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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엔 3000원, 4월엔 4000원…12월엔 12000원

인스타그램: @1second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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