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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May 30. 2023

지렁이들이 폴리곤 코인이 화폐인 섬나라 공화국

[숨GPT] 열한 번째 의뢰 - 지렁이 오마카세 

[숨GPT] 열한 번째 의뢰.  
지렁이들이 폴리곤 코인이 화폐인 섬나라 공화국에서 잘 사는 이야기.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여느 나라와 다른점은 이 지렁이들은 모두 이성이 통해서, 오히려 감성으로부터 오는 선동이 먹히지 않고 모두가 합리적으로 행동함. 
그 결말이 해피일지 새드일진 나도 몰루 
- 투자자 코백장 -

...

의뢰하신 글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소설 <지렁이 오마카세> 작가: 김수민 / 투자자: 코백장



  수 천마리를 죽이기 딱 좋은 따스함이었고,
그 사건 현장은 어떠한 은폐의 노력조차 없었다.

  
   부패 전 알맞게 익어 가는 시체에 사람들은 거리로 이끌렸다. 지글지글 타는 단백질 냄새. 고소한 오징어의 맛. 배를 부여잡고 코를 벌름거리던 사람들은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 저기 구역질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고소하던 그 냄새에 점차 산성이 섞이기 시작한 건 아쉬운 점이었다. 아스팔트 위에서 지렁이 수 천마리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라이브 오마카세, 굽기 정도는 미디움에서 웰던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유월 초의 때 이른 장마가 끝난 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유월 초의 때이른 장마에 동요하지 않던 사람들은 수 천마리의 지렁이 학살 현장 앞에선 요동쳤다. 길가에 한 두 마리 귀엽게 죽어있는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원초적으로 생긴 환형동물의 죽음으로 비위가 상했다는 민원인들이 속출했고, 이는 이내 시청의 미화원들에 의해 빠르게 치워졌다. 현장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지만 그 또한 관심이 식어 하루 이틀 사이 치워졌다. 그 학살이 지속가능하게 남긴 건 단 하나, 지렁이 사회의 변화였다. 


***


  사실 그들은 인류보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데 능했다. 시각이란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무려 1,900개의 감각 수용기를 갖고 있어 몸으로 빛, 소리, 진동을 느끼는 그들에게 시각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자연스레 시각은 퇴화되었고, 허상뿐인 이미지에 속지 않을 수 있었다. 이미지에서 오는 대부분의 감정 호소와 선동이 차단된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영리한 무리가 역사적으로 먹이사슬 최하단에 위치해왔던 이유는 모두 그들을 위해서였다. 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배출하고 또 그 안의 유기물을 먹었다. 설령 다른 생물들에게 먹혀도 그 사체는 흙에서 분해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먹을 유기물을 더 맛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류는 달랐다. 그들이 아무리 인류가 만든 아스팔트와 자동차에 깔려 죽어봤자 궁극적으로 이점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날이 갈수록 흙은 맛이 없어져갔고 가족과 이웃들이 시체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대학살의 현장까지 목도하게 된 지렁이들은 한 데 모였다.  


- 우리는 투자를 한다. 

- 땅 속의 금, 은, 다이아몬드를 찾아내어 판다. 

- 주식, 가상화폐는 매매한다. 

- 대량 매도 시기는 인간이 우리를 위협할 때다. 

- 거대 자본을 축적하여 무인도로 떠나자.


   생존의 문제 앞에 그들은 인류의 자본을 담보로 잡기로 했다. 특히 현대 인류 사회에서 권위주의가 무너진 것은 지렁이 사회에 큰 기쁨이었다. 지렁이가 인류를 권위로 압도하기란 그 크기와 단순한 생김새로 인해 선천적으로 불가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권위주의 다음 찾아온 황금만능주의에서만큼은 달랐다. 돈이 전부인 곳에서는 돈만 많이 획득하면 됐다.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등장한 기조 중 가장 평등한 것일지도 모른다.  


***

온 몸에 진동으로 느껴지는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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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제 열 배 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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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인간들. 이렇게 쉬운 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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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선동은 거르고 차가운 머리로 투자를 하니 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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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을 늘려봅시다. 만 원의 열 배는 십 만원이지만 일 억의 열 배는 십 억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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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올라라! ⋯ 급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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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을 까먹으면 만 원 손실. 일 억을 까먹으면 일 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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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야 할 때 팔지 않으면 그들은 꼬리를 잘라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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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꼬리는 다시 자라나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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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매매와 불어나는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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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 아파. 눈앞에 백억이 있었는데 일억밖에 못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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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으로 인한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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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파서 유기물을 먹고 배출하는 몇몇 지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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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룡아. 열심히 투자 공부 안하면 저렇게 힘들게 살아야 한다. “네.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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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땅 파지마세요! 유기물 영양제 한 알에 쏙! 

지렁제약 (광고 심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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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집 토룡이는 투자 열심히 해서 땅 샀다는데 당신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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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파면 십원이라도 나와? 당신 좋으라고 파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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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하는 게 멍청한 거야. 노동수익은 자본수익에 질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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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지렁이들의 투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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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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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손실은 누군가의 수익. 키득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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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억. 토룡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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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할 시간이 어디 있어. 투자하고 자가수정이나 하자. 그게 효율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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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용삐용. 지렁이 하나. 지렁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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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인류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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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진짜 팔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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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이따가.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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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 지렁법에 의하면 팔아야 해. 다같이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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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팔면 이익이 더 많이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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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게임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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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야. 이미 가격이 반토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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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분 전 지렁이왕의 풀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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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득. 개미는 고래를 이길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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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명을 죽이기 딱 좋은 따스함이었고, 그 사건 현장은 어떠한 은폐의 노력조차 없었다.

***

네가 멍청한 거야. 지금이 기회라고!



작가의 말.

머리가 차가운 투자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나 정도면 이성적이지. 로 시작했지만 투자를 하기만 하면 자꾸만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따끔거리는 거였을까요? 누군가의 기부천사가 되고 말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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