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GPT] 스무 번째 의뢰 - 나는솔로 영수의 손선풍기와 뽀송
[숨GPT] 스무 번째 의뢰.
뽀송한 에세이를 써주세요
- 투자자 아이뽀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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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하신 글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에세이 <나는솔로 영수의 손선풍기와 뽀송> 작가: 김수민 / 투자자: 아이뽀송
뽀송: 물기가 없고 보드랍다. ‘보송하다’보다 센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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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었을 때, 물렸을 때, 물 없을 때 비로소 뽀송하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보송하기 보다는 뽀송!한 날들이었다.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물어본다면 입에 얼음을 한가득 물고서라도 여름이라고 답할 것이다. 잇몸이 약해 안쪽 어금니까지 이시림이 전해지겠지만. 한여름의 한낮에 사람들의 얼굴이 벌게지는 가운데 “여름 좋아!”를 외치는 나는 어느새 마조히스트가 되어있지만,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건 그래도 내가 선선한 가을과 새하얀 겨울, 그리고 따스한 봄을 빠짐없이 누린 채 여름에 도착했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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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손선풍기? 안 갖고 왔어? 가지고 다니기 편한데? 텔레비전 속 나는 솔로의 영수가 말한다. 그는 광고 협찬을 받은 것처럼 손선풍기의 휴대성을 강조하며 손선풍기의 유무를 거듭 물었다. 조개구이집의 열기에 너무나도 더워하는 정숙 앞에서 그의 손선풍기 세일즈는 통하지 않는다. 정숙의 가방에는 손선풍기가 없고, 나의 가방에도 손선풍기는 커녕 우산도 없다. 이 장마철에 누군가 내 가방에 우산을 쏙 넣어주지 않는 한, 우산은 사치다. 지하철에서 왕복 네 시간을 서 있어야 하는 이에게 우산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비가 쏟아진다면? 오히려 좋아. 흠뻑 젖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지만 회사에서의 오늘은 염기성의 쓴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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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들이 각자의 에어팟, 버즈, 유선 이어폰, 헤드셋을 거쳐 귀에 맴돌고 있다. 지하철에서 모두 같은 자세를 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노래가 흘러나온다. 각자의 악보에 그 음들이 새겨진 건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비 내리는 날 몇몇 사람들이 흠뻑 젖을 수 있는 이유는 영화 클래식에서, 늑대의 유혹에서, 저마다의 영화에서 흠뻑 젖으며 달렸던 기억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놀라 꺅꺅대는 소리가 깔리지만 비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선 점차 거세진다. 결국 모든 소리를 뒤로한 채 빗소리만 남아 솨아- 이 음들은 어떤 이들의 악보에 새겨져, 무릎이 시큰거릴 때 자꾸만 진동해온다. 각자의 영화 배경 음악 자동 재생. 2023년 7월 21일,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 검은색 경량 우산을 들고 왔다하더라도 초등학교 삼 학년 때 들고 다니던 핫핑크색에 빨간 무당벌레 가득한 우산이 활짝 펼쳐진다. 우산이 없다면 언젠가부터 내내 바라온 큰 호박잎 우산을 생각하면서 흠뻑 젖고야 만다. 악보 속 음표들은 시간에 중첩되고, 물에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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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 듯이 날아다니는 모기에 결국 곤히 자고 있는 언니를 부른다. 이미 자면서 귓가의 모기를 잡으려 했지만 애꿎은 귓방망이만 몇 차례 맞은 후였다. “언니 모기.” 불이 탁 켜졌고,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조용히 물고 빠지면 어디 덧나나. 물웅덩이가 많아진 여름밤, 꼭 자기 왔다고 자꾸만 귓가에 앵앵거리다가 몸에 방명록까지 남기는 모기는 여름의 최고 관심 종자다. 그 관종에 대적할 상대는 바로 유튜브 모기 실험 영상을 독파한 모기 전문가 - 이름하야 언니. 오늘 온 택배도 모기 퇴치 겔이었고, 그녀의 옆에는 홈매트와 스프레이형 홈키파가 놓여져있다. 이십 몇 년 간 축적된 방명록의 반대급부로 쌓인 데이터는 모기가 도망 갔을만한 방 모서리와 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은신처를 들킨 모기는 서둘러 도망쳐본다. 방금 포식을 해서인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겨운 날갯짓. 뿌려지는 홈키파와 모기에 유입되는 나트륨 이온 - 과도한 신경세포의 활성화 - 날개 근육의 마비와 죽음.
“내 피인 것 같아. 다리에 물렸네. 언니는 안물렸어?”
“난 안물렸어. 쟤한테 나는 닭가슴살 샐러드고 너는 치킨인 거지. 치킨을 먹지 샐러드를 먹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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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은 분명 취미인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때도 여름이었다. 한창 고등학교에서 플로어볼이라는 운동을 했었다. 마루에서 하는 하키 비슷한 것인데 학교에서 대표를 뽑고 있었다. 키는 작지만 달리기 속도가 빠르고 몸싸움을 버티는 깡 비슷한 게 있어 공격수로 뽑혔었다. 후보 선수였기에 너무나도 즐겁게 뛰어다녔다. 골 넣으면 넣고 아니면 말고~
이 세상의 명언들은 생각보다 맞는 경우가 많아서 즐기는 자에게 골의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주어졌다. 하지만 어느새 주전으로 뛸 시기가 오고야 말았고. 주전은 멋진 기회였지만 인생사 새옹지마였다. 그때부터 플로어볼을 즐기지 못했다. 이긴다는 것은 골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뜻했는데, 누군가를 막아서거나 뛰어다니며 현상 유지를 해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부터였다. 텔레비전 속 스포츠 중계, 우리나라가 고전하고 있을 때, 누군가 아주 선명히 보이는 골의 기회를 멍청하게 놓칠지더라도 그를 대변하고 있었다. 즐기는 자에서 노력하는 자가 되었고, 득점은 낮아졌다. 땀방울 사이에는 눈물도 종종 섞여있었다. 그 염분 가득한 땀방울을 꽤나 오랫동안 말렸다. 수분을 날려 뽀송한 소금으로 재탄생시키기까지 후회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었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다짐의 맛은 짰다. 다음엔 즐겨야 할 때 꼭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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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타가 되었을까. 락스타가 되었을까. 처음에 씨스타라는 가수가 데뷔하고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때 맛집 방송에 해산물 뷔페가 나온 줄 알았다. 29900원에 즐기는 가성비 해산물 뷔페에 걸맞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Seastar(바다의 별)가 아닌 Sistar(자매 같은 별)이었던 것이다. 드러머 김 씨의 경우도 같다. 공연 컨셉은 락스타로 정해졌지만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수족관에 갇힌 랍스타가 되었다. 드럼 얘기를 쓰려 했는데 랍스타 얘기를 썼다. 염분 가득한 물에 흠뻑 젖은 랍스타를 말리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 선명한데, 그래도 여름이 좋단다. 절대 보송하진 않은 뽀송이다. 심지어 랍스타는 로브스터가 올바른 표기다.
작가의 말
씨스타는 걸그룹일까요. 29900원 가성비 해산물 뷔페일까요.
드러머 김 씨는 락스타일까요. 랍스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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