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꼭 가고 싶다면 이 글을 읽자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꼭 가 보고 싶었던 행사가 있었으니, 바로 이곳의 베이비 페어, Negenmaandenbeurs이다. 보통 이 행사는 2월에 열리곤 했지만 2022년 올해는 코로나 규제가 계속될 거라 예상했는지 조금 미룬 5월에 열렸다.
얼리버드 티켓도 사고,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지, 어떤 브랜드가 참가하는지 잔뜩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산모인 나에게 그렇게 도움이 많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틀에 걸쳐 빠르게 훑어본 후기를 남긴다.
1. 그냥 덩치만 커진 육아용품 가게.
네덜란드에서도 큰 육아용품 가게가 몇 있다. 대표적으로 Prenatal, Babydump, Babypark 등이 있는데, 이번에는 Babydump와 Babypark가 부스를 크게 해서 행사에 참가했다.
이들 부스는 눈에 띄는 곳에 신상,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전시를 해 두고, 한 켠에는 박람회 특별가라며 의류, 천, 쿠션, 소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박람회 특별가라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거냐면, 박람회 기간에는 온라인 샵에서도 같은 제품을 같은 가격에 팔고 있었다. 입장료도 따로 받는 박람회인데 엄청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가끔 조금 더 할인하는 제품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신뢰도 바닥...
2. 공짜로 나눠 주는 제품이 거의 없음
한국의 베이비페어에 다녀온 사람들은 샘플 받는 재미로 다녀온다고도 하는데 의외로 이 박람회에서는 샘플을 나눠 주는 것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이메일을 등록하면 손바닥만 한 가제 수건 하나 주는 것 정도? 샘플이 포함된 가방도 7유로 정도 주고 샀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구성이 빈약해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3. 계산 줄이 너무 길다
나는 평일 저녁에 한 번, 다음날 아침에 또 한 번 다녀왔다. 당연하지만 저녁 시간에는 세일 매대에서는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여서 물건을 고를 엄두가 나지도 않았거니와, 물건을 골라도 계산하는데 어마어마하게 기다렸어야 했다. 다행히 나는 다음날 아침에 다시 가서 좀 한가로울 때 구입할 수 있었지만 저녁이나 주말에만 갈 수 있다면 솔직히 피곤할 것 같다.
1. 쇼핑센터에 간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방문할 사람들
이제 막 육아용품의 세계로 빠져든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둘러보면서 어떤 물품이 있는지 살펴보기 좋을 것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온 부스가 약 7이라면 홍보를 목적으로 온 부스도 한 3 정도 있으니 이들 부스에 들어가서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감을 잡기 좋을 것 같다.
2. 대중적인 브랜드 말고 조금 유니크한 유아 의류를 찾는 사람들
Babydump, Prenatal 같은 기존 육아용품 샵에는 없는 라인업이 많았다. 이월 상품만을 들여놓아 할인도 제법 크게 하는 부스도 있었으니 예쁜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기에 부담 없었다.
3. 예비맘이나 출산한 친구에게 선물을 사는 사람들
앞서 말한 2번과도 연결된 장점이다. '더치 감성' '낭낭하게' 들어간, 하지만 내가 내 돈 주고 사기엔 조금 아까운 옷이나 소품이 종종 눈에 띄었다. 큰 규모의 육아용품 샵은 그 크기 때문에 대부분 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선물 사러 가기가 어렵다면 이런 기회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참가하는 브랜드의 샘플을 구해서 써 보라
앞서 말했듯이 로션, 오일 등 소모용품을 샘플로 주는 일은 거의 없는 대신, 본품을 할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샘플은 전문 육아용품 가게나 Etos, Kruidvat 같은 가게에서 받거나 싸게 살 수 있으니 여기서 써 보고 박람회에서는 본품을 구입하기를 바란다.
2. 무료 Avondkaart (저녁 입장권)를 노려라
Babydump는 거의 매년 이 박람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뉴스레터로 무료 입장권을 뿌리곤 한다. 약 두어 달 전부터 메일로 오기 시작한다. 만약 한 번 가 볼 생각이라면 미리 등록해서 무료 입장권을 받는 걸 추천한다.
3. 아침 일찍 가서 여유롭게 둘러봐라. 아, 너무 일찍은 말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저녁 입장권은 무료로 많이 배포하기 때문에 사람이 엄청 많다. 그러니 정말 여유 있게 즐기고 싶다면 아침부터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을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너무 일찍 가지는 말기를. 이번 박람회는 11시부터 문을 열었는데, 약 1주일 전부터 '10시로 오픈 시간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알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래서 10시에 맞춰서 한 번 가 봤는데 부스들과 협의가 안 된 시간이었는지, 부스 참가자들은 11시 오픈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결국 박람회장 안의 비싼(?) 커피 한 잔 하면서 강제로 여유로움을 즐기게 되었다.
아, 가기 전에 지난 행사 후기를 찾아보니 대부분 “사람이 너무 많아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얼마나 많길래 그럴까? 했는데 서울에서 하는 어지간한 행사보다 여유로웠다. 물론 여기 기준에서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이 정도 인파는 인파도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속에서도 나만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는 건 유머. 정말 나 혼자 뿐이었다.